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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의 DNA? 내가 쏙~ 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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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호세 페케르만 아르헨티나 감독은 리오넬 메시(19)에게 다가가 자주 말을 건넸다. 메시의 다리를 잡고 스트레칭을 도와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5년 세계청소년(20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부터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이 대회에서 페케르만 감독은 우승컵을, 메시는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었다.

메시뿐 아니라 이번 대표팀에 속해 있는 하비에르 사비올라(25)와 파블로 아이마르(27), 후안 리켈메(28)와 카를로스 테베스(22) 등이 모두 청소년대표 시절 페케르만에게 배웠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청소년 무대를 석권하다시피해 온 아르헨티나 청소년팀의 '기둥'들이었다. 아이마르는 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의 주역이었고, 사비올라는 200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 당시 득점왕과 MVP였다. 테베스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조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주인공이다.

각종 대회에서 새로운 별로 떠오른 이들에게 공통으로 따라붙은 수식어가 있었다. '마라도나의 후계자'라는 말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마라도나교(敎)'가 생길 정도로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빈자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자신이 마라도나의 '적자(敵子)'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단지 여러 후계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최고의 축구잔치인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스타 중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이는 아이마르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도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에서 선발로 단 한 경기에 출전했을 뿐, 아르헨티나가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그래서 2006 독일 월드컵은 본격적인 도전의 장이다. 마라도나도 79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 당시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그가 펠레와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것은 단연 86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이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5골.5도움을 기록하며 월드컵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훈련장을 찾은 취재진과 팬들은 대부분 메시를 마라도나의 '아들'로 꼽았다. 알레한드로 파티노 기자는 "메시가 다른 젊은 선수들에 비해 최근에 두각을 나타낸 점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시가 됐든 누가 됐든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을 감동시키는 선수가 바로 마라도나의 후계자"라고 덧붙였다.

헤르초겐아우라흐(독일)=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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