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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탄핵' 결의 후폭풍…"법관회의를 탄핵" VS "모욕 언사"

중앙일보

입력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국 법관 2900여명 중 105명의 대표 판사가 참석해 다수결로 '재판 거래' 관련 법관 탄핵에 대한 의견을 의결했다. [중앙포토]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국 법관 2900여명 중 105명의 대표 판사가 참석해 다수결로 '재판 거래' 관련 법관 탄핵에 대한 의견을 의결했다. [중앙포토]

전국에서 각 법원을 대표한 판사들이 모여 "문제된 법관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표결한 지 닷새째, 못다한 논쟁이 법원 내부망(코트넷)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23일 "분명한 근거도 없이 동료를 탄핵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표결을 곧 "유죄 평결"이라고 봤다. 그는 "수사도 끝나지 않은 사안을 증거 한 번 살펴보지 않고 겨우 두세시간 회의 끝에 유죄로 평결했다"면서 "진행경과가 신속히 이루어져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인 듯했다"고 썼다.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전국의 법관 대표들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법관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논의할 전망이다. 강정현 기자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전국의 법관 대표들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법관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논의할 전망이다. 강정현 기자

그는 "회의 6일 전 요구된 안건이 오래 전부터 준비된 다른 안건들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다뤄졌고, 그 안건이 가결되자마자 여당 의원들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면서 "항간에는 '탄핵거래'라는 말도 나오는데 법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시민들로서는 그런 표현에 현혹될 수 있다"고 썼다.

김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학회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의장단이 특정학회로 채워져 있다"면서 "특정학회 출신이 조직을 장악하고, 그 학회 내에서도 중심조직이 의사결정을 이끌어 간다는 의혹은 이제 언론에서는 공지의 사실"이라고 썼다.

그는 또 "희의 구성도 부장판사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현상을 반영 못하고 직급별로만 나누고 있고 법원별 인원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대의의 왜곡현상이 나타난다"고도 했다. 젊은 판사들의 의견이 너무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탄핵이 과연 옳은지 전국의 모든 법관들이 의견을 표시해 달라"고도 썼다.

반면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김 부장판사의 글이 "위험하고 모욕적인 언사"라고 했다. 류 판사는 "(19일 회의에) 참석하고 토론하며 표결한 1명으로서 의견을 올린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는데, 마지막에 "참고로 김태규 판사님께서 지적하신 점에 대하여"라고 한 문단을 덧붙였다. 류 판사는 "(김 부장판사가) 지적한 쟁점들은 이미 대표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됐고, 찬성 표결을 한 대표들도 논의 결과와 소속 법원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해 표결한 것"이라며 "만연히 특정 연구회 회원이라서 또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찬성 표결을 하였다고 몰아붙인 억측"이라고 썼다.

류 판사는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 문제에 대해 "구성에 있어서 각급 법원 판사님들을 과다 또는 과소대표되지 않도록 신경썼고, 직무별로도 의견이 골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대표 선정 방식도 각급 법원 자율에 맡겼는데 투표를 할 수 있었음에도 누구 한 명을 '떠밀어' 대표로 내몬 법원이 있다면 그 구성원들의 결정으로 봐야 하고, 그런 법원이 있다고 해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류 판사는 "다만 안건에 대해 의견수렴이 충실히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직무별 판사회의를 하는 것인데 시간을 내기 쉽지 않고, 설문지를 돌려도 회수율이 높지 않다. 의견수렴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고 가급적 판사회의도 열어 주시라"고 했다.

19일 표결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법관들의 의사를 나타냈다"는 것이 류 판사의 말이다. 그는"토론은 3시간 정도 차분하게 이루어졌다. 많은 대표들에게 발언 기회가 골고루 돌아갔고 의장으로부터 발언 기회 얻은 대표들이 각자 3분 이내로 발언하는 방식이었다"면서 "토론 과정에서 거의 모든 쟁점이 다뤄졌고 토론이 이어지며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수정안이 발의됐다"고 썼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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