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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천 靑 의전비서관, 만취 음주운전…文 "즉각 사표 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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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3일 새벽 음주운전에 적발돼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김종천 청와대 대통령 의전비서. [연합뉴스]

김종천 청와대 대통령 의전비서.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23일 새벽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 부대변인은 이어 “임 실장이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가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음주운전 사실을 알렸다”며 “문 대통령은 즉각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홍상우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의전비서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이날 0시 35분쯤 효자동에서 술에 취한 채 100m가량을 운전하다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약속장소까지 차를 몰고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모든 동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제1부속실장과 더불어 비서관 중 대통령과의 물리적 접근성이 가장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에 입장하다 예정된 동선인 책상 사이가 좁고 케이블로 막혀 있자 뛰어 넘고 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은 미소짓고 있고,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는 김종천 비서관은 당황한 모습이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에 입장하다 예정된 동선인 책상 사이가 좁고 케이블로 막혀 있자 뛰어 넘고 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은 미소짓고 있고,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는 김종천 비서관은 당황한 모습이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사퇴한 김 비서관은 임종석 실장과 가깝다. 그는 임 실장의 한양대 후배로, 의원 시절에는 의원실 보좌관이기도 했다. 당초 김근태(GT)계로 분류되다 지난해 대선 때 임 실장과 함께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선대위 정무팀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임종석 실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활약하며 ‘비서실장의 실장’이자 ‘실세 행정관’으로 불렸다.

임 실장을 보좌하던 김 비서관은 지난 6월 청와대 개편 때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당시 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내부승진한 경우는 김 비서관 외에 남요원 문화비서관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비서관 승진 뒤에는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의 의전을 맡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9ㆍ19 합의문에 서명할 때 ‘네임펜’을 건네고,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ASEM(아셈ㆍ아시아유럽정상회의) 때는 문 대통령이 단체 사진을 찍지 못하는 등 의전과 관련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9월 ‘포용 국가 전략회의’ 때는 책상 배치로 동선이 막혀 문 대통령이 책상을 뛰어넘어 착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국을 국빈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내외와 9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궁중무용 '가인전목단'을 관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천 대통령 의전비서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국을 국빈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내외와 9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궁중무용 '가인전목단'을 관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천 대통령 의전비서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는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되면서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불과 한달여 전인 지난달 10일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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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부에선 이 때문에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6월 조현옥 인사수석이 탄 관용차가 청와대 앞에서 신호위반으로 적발됐고, 지난 10일에는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30여분을 홀로 기다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30여분을 홀로 기다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편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소속 비서관 전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외부에서 개최하려다 김 비서관의 음주 적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장소를 급하게 청와대 영빈관으로 바꿨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외부 워크숍 이후 저녁 식사 등도 예정돼 있었는데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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