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회택 → 차범근 → 최순호 → 황선홍 → 이동국 → 박주영 →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 잇는 황의조 #AG 9골 득점왕, 벤투 부임 후 3골 #내년 아시안컵서 대표팀 원톱 유력 #“선배들 뛰어넘기 위해 더욱 노력”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는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져 왔다. 오랜만에 그 계보를 이을 후계자가 등장했다. ‘빛의조’ 황의조(26·감바 오사카)다.

1세대 격인 ‘풍운아’ 이회택(72)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동물적인 골 감각을 뽐냈다.

역대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차범근(65) 전 대표팀 감독은 ‘갈색 폭격기’라는 별명처럼 돌파력과 슈팅력을 자랑했다.

최순호(57) 포항 감독은 부드럽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동국(39·전북)은 ‘주워 먹기의 달인’으로도 불리지만 그만큼 문전에서 골 냄새를 잘 맡았고 슈팅력도 빼어났다.

박주영(33·서울)은 수비수 여럿을 제칠 만큼 탁월한 드리블을 앞세워 ‘축구천재’로도 불렸다. 먹이를 놓치지 않고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골 찬스를 잡아내는 최용수(45) 서울 감독, 그리고 주로 처진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탁월한 골 능력을 뽐낸 안정환(42)도 있다.

한동안 이 계보를 이을 적임자가 보이지 않았다. 김신욱(전북)과 이정협(쇼난 벨마레)이 물망에 올랐지만 뭔가 부족했다. 오죽했으면 최강희 전북 감독은 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혹시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한테 귀화 의사가 있는지 전화해볼까”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황의조가 등장했다. 황의조는 한국이 4-0으로 이긴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전반 23분 공이 상대 골키퍼에게 맞고 흐르자 골네트가 찢어질 듯한 대포알 슈팅으로 골을 뽑았다.

17일 호주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는 9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소속팀에서도 최근 6경기에서 연속골을 넣었다. 최근 26경기에서 25골이라는 경이로운 득점력을 자랑한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 부임 후 대표팀에서 3골을 터트린 황의조는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크다.

황의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이던 2015년 대표팀에 처음 뽑혔지만, 그 당시 활약은 미미했다. 지난해 6월 감바 오사카로 옮긴 뒤 일본의 세밀한 축구를 경험하면서 급성장했다. 황의조는 평소 쉴 때도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나 해리 케인(토트넘)의 골 영상을 보며 연구한다.

레전드 스트라이커들도 황의조의 등장을 반긴다. 이회택 감독은 “황의조가 축구에 눈을 뜨면서 불과 1년 사이에 천지개벽했다. 상대 움직임을 예측하고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때린다. 20대 중반인 만큼 무르익을 때”라고, 최순호 감독은 “황의조는 골마우스 스코어링 지역에서 빛난다. 독일 공격수 게르트 뮐러(73)처럼 골잡이 면모를 뽐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황의조는 특히 황선홍(50) 전 서울 감독의 현역 시절과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닮았다. 키도 1m83㎝로 똑같고 활동폭이 넓은 점도 비슷하다. 뒤에서 연결된 공을 골대 쪽으로 향하게 만든 뒤 간결하게 슈팅으로 연결한다. 감아차기, 인스텝슛 등 다양한 슈팅에도 능하다. 황선홍 감독은 “황의조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뛰어나다. 공격수 등장이 반갑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의조는 “황선홍 선배님의 공격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가 있는데 영광스럽다.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황 감독님을 보면서 자랐다. 따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고, 내년에 더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