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빅리그 복귀 선수 중 제일 잘한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굳이 말하자면, 내가 제일 잘한 것 같다."

'국민 거포' 박병호(32·넥센)는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올해 돌아왔다. 큰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KBO리그에서처럼 걸출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안고 KBO리그에 유턴했다.

장타율상·출루율상 수상 소감 밝히는 박병호. [연합뉴스]

장타율상·출루율상 수상 소감 밝히는 박병호. [연합뉴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돌아왔지만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왼쪽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그래도 시즌 막판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율 0.345,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KBO리그 최초로 5년 연속 30홈런-100타점, 3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출루율(0.457)과 장타율(0.718)은 1위에 올라 타이틀 홀더가 됐다.

박병호는 19일 서울 강남구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트로피 두 개를 들고서는 "넥센 히어로즈에 복귀하면서 걱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초반에 부상을 당해서 팀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했다"면서 "장정석 감독님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다. 선수들도 빈 자리를 잘 채워줬다. 그런 면에서 다 같이 기뻐할 수 있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넥센 박병호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뒤 화면에 나오는 선수는 MVP를 탄 두산 김재환. [연합뉴스]

넥센 박병호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뒤 화면에 나오는 선수는 MVP를 탄 두산 김재환. [연합뉴스]

올해는 빅리그에서 복귀한 선수가 많았다. 박병호를 비롯해 김현수(LG 트윈스), 황재균(KT 위즈) 등이 돌아왔다. 이날 사회자는 박병호에게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선수 중 내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다'라는 O-X퀴즈를 기습적으로 냈다. 박병호는 당황했지만 "굳이 말하자면 'O'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팀 성적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한 것 같다"라고 했다.

김현수는 LG 트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타격왕이 됐다. 시즌 막판 발목 인대 손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지만 타율 0.362를 기록했다. 그러나 팀은 8위를 기록했다. 황재균의 KT 위즈는 9위로 마감했다. 반면 넥센은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한화 이글스를 누르고 플레이오프에 올라 우승 팀인 SK 와이번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수상을 마치고 내려온 박병호는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서 당황했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박병호가 만약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최우수선수(MVP) 상도 가능할 수 있었다. 박병호는 MVP 투표에서 3위에 그쳤다. 그는 "MVP는 당연히 기대를 안했다. 김재환일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부상도 결국 내 잘못이다. 가정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올해 MVP는 박병호의 예상대로 김재환(두산)에게 돌아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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