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학생도…예일대 학생도…"한국 가서 서머스쿨 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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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립대 학생 브랜던 팔라조로(국제관계학과 3)는 24일 서울에 온다. 여름방학 동안 고려대에서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한국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다.

팔라조로는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도교수에게서 고려대 여름학기 프로그램에 대해 듣고 마음에 쏙 들어 신청했다"며 "3학점짜리 세 과목을 수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지오프레이 켈리(생화학과 4)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분단 현실을 체험하고 학점도 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국내 대학들이 개설하는 '국제 서머스쿨(여름학교)'이 인기다. 외국 유명 대학 학생들이 적잖이 몰려들고 있다. '서머스쿨=한국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이라는 등식이 깨진 것이다.

◆ "가자, 한국 대학으로"=국제 서머스쿨을 여는 대표적인 대학은 경희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이다. 외국 대학들과 학점 교류나 학술 교류 협정을 한 곳들이다.

고려대 '국제 하계대학(International Summer Campus)'의 규모가 가장 크다. 26일부터 전 세계 13개국 180여 개 대 1161명이 강의를 듣는다. 동포 학생을 포함한 외국 대학생이 916명, 국내 대학생은 245명이다. 지난해(350여 명)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40명 이상 참가한 대학들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미시간주립대.카네기 멜런대 등이다.

학생들만 오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심리학 권위자인 예일대 폴 보름 교수와 코넬대의 사회학자인 트레버 핀치 교수 등 45명의 외국 대학 교수도 서울에 와 강의를 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서머스쿨은 외국 학생은 9학점(세 과목), 국내 학생은 6학점까지 신청할 수 있다. 고려대의 경우 등록비는 외국 학생이 268만원이고, 국내 학생은 과목당 40만원이다. 국내 학생들은 외국 학생들의 절반 이하 수업료를 내는 것이다. 외국 대학 캠프에 참가한 국내 대학생들이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캠프를 신청한 고려대 이서영(컴퓨터교육 2)씨는 "해외 연수 중인 기분을 느끼며 공부를 할 수 있어 영어 실력도 부쩍 늘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에선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7명이 와서 10여 개 강좌를 가르친다. 연세대도 26일부터 열리는 '인터내셔널 서머세션'에 580여 명이 등록했다. 한국학개론 등 47개 과목을 신청했다. 외국인 교수 10명이 강의한다.

이화여대에는 하버드.코넬.예일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 등 각국 대학생 120명이 19일부터 '국제하기대학'에 참가한다. 지난해부터 이대생들도 수강이 가능해져 올해는 30여 명이 신청했다.

◆ "왜 몰려 오나"=미국에선 서머스쿨 9학점을 따려면 500만원 정도가 든다. 미국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절반만 부담하면 된다. 체재비 등을 포함하면 비용은 엇비슷하지만 한국에서 연수 경험을 쌓으면 아시아 관련 기업에 취업할 때 우대받는다고 한다. 고려대 국제교육원장 염재호 교수는 "동남아에서는 한류 열풍이, 미국.유럽에서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외국 학생들의 눈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유학생과 동포학생들의 방학기간 'U턴'도 한몫한다. 위스콘신주립대 조혜정(아동발달학과 2)씨는 "어렸을 때 한국을 떠나 서울의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며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생 수요에 맞춰 내년에는 강좌와 인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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