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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ㆍ몽골은 어떨까"…수익성 악화에 해외로 눈돌리는 카드사

중앙일보

입력

15일 서울 다동에 위치한 여신금융협회 대강당에서 ‘여전사 해외진출전략 세미나’에서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국내 여전사의 폴란드 진출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여신금융협회]

15일 서울 다동에 위치한 여신금융협회 대강당에서 ‘여전사 해외진출전략 세미나’에서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국내 여전사의 폴란드 진출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여신금융협회]

“몽골에선 점퍼 하나를 사려고 해도 현금을 한 다발씩 들고 가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카드사가 몽골에 진출하려면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카드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것이 낫습니다.”(이시영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수수료와 최고금리 잇따른 인하에 #제로페이 등 수익 악화요인 대기 #아시아 시장 공략 나서는 카드사 #

 “무슬림은 물건을 살 때 율법상 대출을 받지는 못하지만, 리스를 받는 건 가능합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시장에선 이 수요가 크죠. 우리 카드사가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한다면 리스업과 신용카드업을 분할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럽연합(EU)에서 네번째로 큰 내수시장을 가진 폴란드의 카드 결제 규모 성장률은 연간 18%에 달합니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연간 8% 수준이죠. 해외 진출에 있어서 아시아 쏠림 현상을 보이는 국내 여신전문사가 관심을 가질만한 나라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카드사의 해외진출전략 세미나가 열린 15일 서울 중구 다동의 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협회) 대강당. 폴란드와 말레이시아ㆍ몽골 등 해당 국가에 특화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출 전략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더 진지해졌다.

 여신협회가 이런 세미나를 연 건 가맹점 수수료와 최고금리 상한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국내 카드사의 현실을 타개하고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보려는 몸부림의 일환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제출한 분기보고서 따르면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하나ㆍ우리ㆍ롯데)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8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235억원) 대비 25.52% 줄어들었다. [자료 여신금융협회]

최근 카드사들이 제출한 분기보고서 따르면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하나ㆍ우리ㆍ롯데)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8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235억원) 대비 25.52% 줄어들었다. [자료 여신금융협회]

 카드사가 제출한 분기보고서 따르면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하나ㆍ우리ㆍ롯데)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83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7235억원) 보다 25.52%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1%나 감소했다. 업계 2위 삼성카드의 누적 순이익도 10.02% 줄었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악영향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정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2007년부터 지난 7월까지 11차례 인하했다. 지난 7월 기존 2.5%였던 일반가맹점 수수료 상한을 2.3%로 낮췄다.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 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이 0.8%, 연 매출 3억~5억원 가맹점이 1.3%, 일반가맹점이 2.3%다.

 앞으로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업계에 적용할 신용카드 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출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ㆍ위험관리비ㆍ거래승인 및 매입정산비ㆍ마케팅비ㆍ일반관리비 등을 고려한 카드사의 원가다.금융위가 1조원 규모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효과를 내는 적격비용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카드사의 수익 악화에 영향을 주는 건 수수료 인하만이 아니다. 카드론에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결정도 카드사의 영업환경에 부정적 요인이다.

 지난 2월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된 카드론 법정 최고금리도 내년부터 연 20%까지 내려간다. 카드론 이자 수익이 주 수익원 중 하나인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 기반이 점차 좁아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거론되거나 준비되고 있는 의무수납제 폐지와 제로페이 출시는 카드사의 수익을 더욱 갉아먹을 수 있다.

지난 12일 오후 4시(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재 리엔비엣포스트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MOU 체결식에 참석한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Nguyen Dinh Thang(응웬 딘 탕) 리엔비엣포스트은행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Nguyen Kim Anh(응웬 킴 안)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오른쪽에서 여섯번째) [사진 비씨카드]

지난 12일 오후 4시(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재 리엔비엣포스트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MOU 체결식에 참석한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Nguyen Dinh Thang(응웬 딘 탕) 리엔비엣포스트은행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Nguyen Kim Anh(응웬 킴 안)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오른쪽에서 여섯번째) [사진 비씨카드]

 이처럼 국내 영업 환경이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있다.

 BC카드는 지난 12일 베트남 우체국 망을 독점 운영하는 국영은행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손잡고 베트남 현지에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BC카드는 지난해 8월에도 베트남 NAPAS와 현지 결제사업 협력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도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금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은행계 카드사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1월 베트남 소매금융사인 PVFC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카드는 2015년과 2016년에도 카자흐스탄ㆍ인도네시아ㆍ미얀마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KB국민카드도 지난 9월 캄보디아에 합작법인 KB대한특수은행을 설립했다. 2017년 2월과 9월에도 각각 라오스(합작법인 설립)ㆍ미얀마(현지사무소 설립) 등에 영업 거점을 마련했다.

 우리카드는 2017년에 미얀마에 투투파이낸스미얀마를 설립하고 시장 공략을 위한 첫발을 뗐다.

 롯데카드ㆍ하나카드 등도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베트남 현지 소매금융회사인 테크콤파이낸스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9일엔 베트남 최대 국영 방송사인 ‘브이티브이(Vietnam Television, VTV)와 전략적 업무제휴 MOU를 맺고 소비자대출 및 신용카드 영업ㆍ제휴카드 개발ㆍ수신료 할부금융 서비스 등 해외 사업 본격화하기로 했다.

 2017년 8월 일본에 자회사 하나카드페이먼트를 설립한 하나카드는 지난 3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국제결제원(NPAPS)과 현지 지급결제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카드사의 해외 진출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카드 시장에서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까지 계속해서 인하하는 바람에 카드사들로선 국내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됐다”며 “현지 시장의 초기 진입 비용만 감당할 수 있으면 해외 대부분 국가는 국내 보다 구제도 적고 금리도 높아 수익성 확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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