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정오표 '바라보고' →'바라고', 하루 전 이미 소문 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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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오탈자 사실을 시험 당일까지 숨기려 했던 교육부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된다. 당초 교육부는 본지 보도 이전까지 시험 당일 문제지와 함께 ‘정오표’를 동시 배부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수험생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이미 ‘정오표’ 소문이 퍼진 뒤였다.

‘정오표’의 내용은 1교시 국어영역 12면 33~35번 관련 지문과 35번 문항이다.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인용했는데, 이 중 ‘봄을 바라고’라는 표현 대신 ‘봄을 바라보고’라고 잘못 썼다. 잘못된 표현이 지문과 문항에 두 번 쓰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출제위원단이 이 같은 오자를 발견한 것은 지난 주 토요일(10일) 새벽이었다. 월요일(12일) 전국의 시험장으로 문제지를 발송하기 위해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이강래 출제위원장은 “배송 준비를 모두 끝마친 상황이었기에 다시 인쇄를 할 수 없었다”며 “수험생에게 불필요한 혼란이나 불안을 최소화하려면 정오표를 제작해 배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 시험장으로 배달되는 과정에서 문제지를 밀봉한 봉투 위에 ‘정오표’란 표현이 적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출제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된 것은 14일 오전 한 익명 게시판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오면서부터였다. 소문대로 문제지를 밀봉한 봉투 위에 ‘국어정오표’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수험생들은 이를 토대로 ‘국어 시험에 오류가 있다’, ‘문제가 틀려서 정오표를 같이 보낸 것’ 등의 추리를 이어나갔다.

본지가 이 사실을 접하고 수능당국에 확인했을 때도 교육부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당일 정오표 배부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엔 이미 SNS 등을 통해 ‘정오표’ 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었다. 수능당국은 보도 직후에야 보도자료를 배포해 정오표 사실을 인정했다.

15일 오전 이강래 출제위원장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경향을 발표하는 도중 국어영역 문제지 오기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래 위원장은 오류 사실을 미리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과거에도 정오표를 함께 내보낸 사례가 있어 절차에 따라 (수능 당일) 정오표를 배부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감독관들이 오늘 아침에 안내할 것이라 생각했고 미리 알려질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선 오류 발견 직후 수험생에게 미리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자녀가 수능을 치르는 전모(51)씨는 “아무리 단순한 오자라도 수험생들에게 미리 알려줘야 혼란이 덜 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중백 사회학과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지금처럼 모든 게 투명화 된 시대엔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오류가 있을 땐 미리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게 혼란을 줄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만·남윤서 기자 sam@joongang.co.l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