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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 경비원 사살…‘흑인 공포증’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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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인근 선술집서 총격 용의자 제압하다 경찰 총에 맞아 숨진 경비요원 제멜 로버슨 [AP=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인근 선술집서 총격 용의자 제압하다 경찰 총에 맞아 숨진 경비요원 제멜 로버슨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이 무고한 흑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다.

'흑인 공포증이 부른 참사'라는 비난이 이어지며 인종 차별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NPR)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새벽 4시쯤 시카고 남부 교외 도시 로빈스의 한 선술집에서 경비요원 제멜 로버슨(26)이 경찰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로버슨은 총을 꺼내 든 한 손님을 제압한 뒤 경찰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경찰은 총을 든 손님에게 맞대응하기 위해 총을 들고 있던 로버슨을 범인으로 오인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목격자 애덤 해리스는 "경찰이 로버슨을 조준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는 경비요원'이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며 "흑인이 총을 든 모습만 보고 그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PR은 "당시 로버슨이 제복 차림이었고, 모자에는 보안(Security)이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었다"고 보도했다.

로버슨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검시소 측은 "로버슨의 몸 여러 곳에 총상이 있었다"며 사망 원인을 살인으로 규정했다.

사고가 나자 해당 경찰청은 "당시 신고를 받고 경찰관 2명이 출동했고, 로버슨에게 총을 쏜 경관은 백인"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에 대해 행정휴직 처분을 내렸으며,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자 여론은 흑인 공포증으로 인한 참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로버슨이 경찰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민권운동가 마이클 스콜닉은 "대형 총기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고 용의자를 제압한 로버슨이 경찰 총격에 쓰러졌다. 흑인 공포증의 희생자"라고 개탄했다.

또 현지 언론 시카고 선타임스는 "정확히는 흑인 남성 공포증의 희생자"라고 지적하며 "치명적 총기 사고를 낸 경찰관은 처벌받지 않는 관행이 있지만, 지난 2014년 발생한 흑인 소년 사살 사건의 가해자가 유죄 판결을 받으며 처벌을 피하기는 힘들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에서는 사건·사고 현장에 있는 흑인을 범인으로 오인한 백인 경찰이 총을 발사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플로리다 주에서는 흑인 소년(당시 17세)이 비무장 상태에서 자경단원에 총을 맞고 숨졌다. 또 지난 2014년 시카고에서는 흑인 소년(당시 17세)이 백인 경관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 소년은 소형 칼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몰렸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달 2급 살인 혐의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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