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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 ‘펩시티’가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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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맨시티와 맨유의 맨체스터 더비 막판, 귄도간의 쐐기골에 환호하는 맨시티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맨시티와 맨유의 맨체스터 더비 막판, 귄도간의 쐐기골에 환호하는 맨시티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44회. 펩 과르디올라(47·스페인) 감독의 맨체스터시티(맨시티)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상대로 아름다운 한 골을 만들기 위해 패스한 횟수다.

맨시티, 라이벌 맨유에 3-1 승리 #쐐기골은 44차례 패스로 만든 작품 #모리뉴 만나 추락하는 맨유와 대비

12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맨유전 후반 41분, 2-1로 앞선 맨시티는 하프라인부터 서서히 전진했다. 땅따먹기하듯 1분 55초 동안 조금씩 나아갔다. 44번의 패스 끝에 공을 잡은 일카이 귄도간이 ‘작품’을 마무리했다. 맨시티의 3-1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맨시티는 맨유를 맞아 44차례 패스 끝에 아름다운 세번째 골을 뽑아냈다. [통계업체 옵타]

맨시티는 맨유를 맞아 44차례 패스 끝에 아름다운 세번째 골을 뽑아냈다. [통계업체 옵타]

1970년대 맨시티에서 뛰었고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을 지낸 로드니 마시는 “진짜 완벽한 골”이라고 극찬했다. 게리 리네커 BBC 해설위원은 “상대(맨유)에게 지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랍에미리트 초대 대통령의 다섯째 아들인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는 개인자산이 41조로 알려졌다. 축구광 만수르는 투자는 하되 선수영입이나 전술에 관여하지 않아 축구계에서는 모범 구단주라 불린다.

아랍에미리트 초대 대통령의 다섯째 아들인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는 개인자산이 41조로 알려졌다. 축구광 만수르는 투자는 하되 선수영입이나 전술에 관여하지 않아 축구계에서는 모범 구단주라 불린다.

맨시티 구단주는 ‘원유 갑부’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47·아랍에미리트)이다. 그는 2008년 맨시티를 인수했고, 전력 강화를 위해 2조원 이상 투입했다. 심지어 맨시티가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선수 영입을 위해 수입보다 많은 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을 정도다. 축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좋은 선수를 사올 수 있는 돈의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듯, 선수들을 묶어내는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잉글랜드의 힘축구, 스페인의 패스축구, 독일의 역습축구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 [맨시티 인스타그램]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잉글랜드의 힘축구, 스페인의 패스축구, 독일의 역습축구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 [맨시티 인스타그램]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독일을 차례로 접수했다. 이젠 영국에 상륙했다. 프리미어리그 3년 차인 그는 지난 시즌(2017~18) 우승 감독이다. 이번 시즌(2018~19)에도 개막 후 12경기 연속 무패(10승2무·승점32)로 팀을 선두에 이끌었다. 볼 점유율의 극대화, 강력한 압박, 골키퍼·수비수부터 시작되는 공격 등 그간 영국에선 볼 수 없었던 축구를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밀당의 고수’로도 유명하다. 이날 이겼는데도, 드리블 도중 불필요한 헛다리 짚기를 한 스털링을 경기 후 질책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발전할 부분이 많다”며 선수들을 다잡았다. 최근 수비수 벤자민멘디가 밤늦게까지 복싱경기를 보다 다음날 훈련에 지각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소리를 지르며 멘디를 훈련장에서 쫓아냈다. 그는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쓰는 걸 금지했다. 피자도 먹지 못하게 한다. 대신 끊임없는 박수로 독려한다.

파리생제르맹 측면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 지도를 받는 게 성관계하는 것보다 좋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를 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난 섹스를 더 좋아한다. 훨씬 더”라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영국 미러는 이를 인용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보다 성관계가 더 좋다고 했지만, 맨시티 선수들을 보면 과르디올라는 완벽한 최음제다. 라이벌 맨유를 상대로 섹시한 축구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리뉴 감독. [맨유 인스타그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리뉴 감독. [맨유 인스타그램]

축구에 관한 한 맨체스터의 주인은 맨유에서 맨시티로 바뀌는 형세다. 맨유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8위(6승2무4패)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또 주급 7억원인 알레시스 산체스(30)의 영입은 실패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맨유의 산체스와 후안 마타가 벤치에서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혀 맨유 팬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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