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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태양광 한다며 산정상 다 쳐내…현장 가보면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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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로 물 관리 업무가 일원화됐지만, 하천 분야가 국토교통부에 남겨진 것은 아쉽다“며 ’앞으로 물을 순환·재이용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로 물 관리 업무가 일원화됐지만, 하천 분야가 국토교통부에 남겨진 것은 아쉽다“며 ’앞으로 물을 순환·재이용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흑산도 공항 문제는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정 역할을 해야 했다고 봅니다.”

퇴임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대선공약 흑산도공항 막아 경질? #인사권자 관련된 것, 얘기 못한다 #현 정부 갈등조정 시스템 없어 #노무현 때 지속발전위 역할 필요 ”

9일 퇴임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흑산도 공항 논란과 관련해 “(개발과 보존에 대한) 의견이 다르니까 조정이 필요하고, 그래서 대안을 만들고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를 붙일 구조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8월 말 개각 때 환경부 장관을 경질하겠다고 예고했고,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달 5일 조명래 장관 후보자를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 드러나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고, 환경부 국감은 장관이 빠진 채 진행됐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환경부 주변에서는 김 전 장관이 흑산도 공항에 반대해 청와대나 총리실에 밉보였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립공원인 흑산도에 공항을 짓는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이낙연 총리가 전남지사 때 추진했던 일이다. 이 총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김 장관에게 협조를 당부했으나, 김 장관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김 장관은 “인사권자와 관련된 것이어서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말을 아꼈지만, 서운함이 묻어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쉬울 수도 있는 퇴임인데.
“하도 오랫동안 준비했던 터라, 이제는 다 준비됐다. 후임을 찾는 일이 어려웠던 것 같다.”
흑산도 공항이 논란인데, 청와대나 총리실이 지나치게 개입한 것 아닌가.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정했어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의) 충남 서천의 장항 갯벌 개발 논란 당시에도 국토교통부가 개발계획 갖고 있었고,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못 내준다고 버텼는데 청와대가 조정 기능을 발휘했다. 당시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대안을 만들고, 지역주민과 협의했다.”
9월 19일 국립공원위가 파행을 겪었고, 결정은 유보됐다. 환경부가 흑산도 주민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절차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환경부로서는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주민과 함께하면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재임 중 제일 큰 성과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지난 10년 동안 환경정책이 후퇴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했다. 이런 것을 정리해서 방향을 새로 설정하고 새로운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다른 하나는 미군기지 오염 정보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게 의미 있다고 본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역시 폐기물 문제(지난 4월 수도권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을 시간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아주 단편적으로 비판하는 것 때문에 사실 아주 어려웠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에너지 전환에서는 큰 투자자가 아니라 작은 투자자가 우선이 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 가면 위기감이 든다. 산 정상을 쳐 없애고 거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 태양광도 산지를 훼손하면서 가면 어렵다. 에너지 분권에 따라서 주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지자체가 전력산업을 할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퇴임 후 계획은.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은데,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주제를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일을 하고 싶다. 선진국에서는 학문 영역을 넘나들면서 강의가 진행되고, 교육·훈련을 시키는데 우리는 이런 게 부족한 것 같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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