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 문제 없다지만…"내진보강 안 된 4개 시험장 불안"

중앙일보

입력

포항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대동고의 건물 벽돌이 무너져 있다. [뉴스1]

포항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대동고의 건물 벽돌이 무너져 있다. [뉴스1]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5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치러지는 수능이다. 하지만 지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내진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시험장이 있다.

포항에선 12곳의 학교에서 수능이 진행된다. 영덕 1곳과 울진 1곳까지 더해 포항지구에선 모두 14곳의 학교가 수능 시험장이다. 이 중 대동고와 유성여고, 영일고, 세영고 등 4곳의 시험장이 아직 내진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대동고는 지난해 지진이 일어난 뒤 지진 피해가 심해 시험장에서 제외됐던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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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진 이후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내진 보강 공사를 하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 탓에 순차적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4개 시험장에 대한 내진 보강 공사도 수능 이후 이뤄질 계획이다.

학부모와 수험생도 내진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러야 해 불안해 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세연(34·여)씨는 "아직 자신의 수능 시험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혹시나 내진 보강이 돼 있지 않은 시험장에 배정될까봐 불안해 하고 있다"며 "모든 조건이 완벽한 상태에서도 불안한데 걱정거리를 하나라도 더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 복도에 이날 발생한 5.4 규모 지진으로 벽면에 금이 간 모습. 수능 수험생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종이를 금 위에 붙여두는 조치를 했다. 포항=김정석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 복도에 이날 발생한 5.4 규모 지진으로 벽면에 금이 간 모습. 수능 수험생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종이를 금 위에 붙여두는 조치를 했다. 포항=김정석기자

경북도교육청은 시험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마쳐 수능을 치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북도교육청은 교육부, 민간전문가와 합동으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수능 시험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다. 점검 결과 특별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천장이나 벽체에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부분도 지난 7일까지 조치를 마쳤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 7일 포항 장성고를 방문해 시설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포항장성고는 지난해 수능 당시 지진 피해로 시험장에서 제외됐던 학교 중 하나다. 지난해 지진 발생 직후 교육부는 11월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다. 4개 시험장(포항고·포항여고·장성고·대동고)에 배정된 수험생들은 다른 시험장에서 수능을 쳤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7일 오전 2019학년도 수능시험을 앞두고 지난해 지진 피해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유 부총리는 앞서 포항교육지원청 수능 상황실에서 수능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7일 오전 2019학년도 수능시험을 앞두고 지난해 지진 피해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유 부총리는 앞서 포항교육지원청 수능 상황실에서 수능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뉴스1]

한편, 지진 이후 진행되고 있는 학교 내진 보강 공사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내진 보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학교 건물 내진율은 28.1%에 그치고 있다. 전국 학교 건물 6만1670곳 중 내진 대상 건물이 3만1797곳으로, 여기에서 8955곳만 내진 보강이 완료됐다.

지진이 일어난 경북의 학교 내진율은 평균에 못 미치는 21.3%에 머물렀다. 제주(17.2%), 전북(20.3%)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내진 비율이다. 전국 대상 학교의 내진 보강을 완료하는 데는 모두 4조2500억원이 소요되고 그 시기는 2029년이 돼야 할 전망이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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