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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첫 발탁’ 구자철 “극복의 시간이 왔다”

중앙일보

입력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마친 구자철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송지훈 기자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마친 구자철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송지훈 기자

“깜짝 놀랐어. 이제껏 독일에서 직접 본 (구)자철이 경기 중에 가장 좋았던 것 같아. 무리 없이 물 흐르듯 쉽게 쉽게 움직이잖아.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이렇게 하면 되거든.”

호펜하임전 후반 추가시간 교체 #현장 관전한 차붐 "경기력 만족"

11일 독일 호펜하임의 라인-넥카 아레나에서 열린 아우크스부르크와 호펜하임의 2018-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1라운드. 현장에서 지켜 본 차범근(65)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아우크스부르크 미드필더 구자철(29)의 플레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 감독은 “(구자철이) 한동안 아파서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이젠 몸이 많이 올라왔다. 분데스리가의 빠른 템포에 완전히 적응했다”며 미소지었다.

경기 종료 직후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단 버스 앞으로 이동해 구자철과 마주한 차 감독은 “간결하고 편안하게 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골만 넣어주면 100%가 된다”며 따뜻하게 안아줬다. 구자철은 “경기장에 자주 방문해 격려해주시니 큰 힘이 된다.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호펜하임 미드필더 케렘 데미르바이의 돌파 시도를 태클로 저지하는 구자철(아래). [AP=연합뉴스]

호펜하임 미드필더 케렘 데미르바이의 돌파 시도를 태클로 저지하는 구자철(아래). [AP=연합뉴스]

구자철은 헌신적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되기까지 뛰고 또 뛰었다. 수비 가담 비율을 높여 허리 지역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게 주 임무였다. 과감한 몸싸움과 태클로 상대 선수의 돌파를 여러 차례 막아냈다. 볼을 빼앗으면 정확한 패스로 역습을 도왔고 두 차례 날카로운 슈팅도 보여줬다.

또한 주도적이었다. 후반 들어 경기 흐름이 끊기자 마누엘 바움(39)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이 구자철을 불러 작전을 지시하는 장면이 몇 차례 눈에 띄었다. 흐름이 불리할 때 큰 소리로 동료들을 독려하는 것도 구자철의 몫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후반 25분 알프레드 핀보가손의 득점에도 불구하고 두 골을 내주며 1-2로 패해 승리를 가져가진 못했지만, 구자철은 돋보였다.

경기 후 만난 그는 “내 컨디션에 대해 단정짓긴 어렵지만, 매우 피곤한 상태인 건 맞다”면서 “몸에 힘이 없고 열이 나서 12일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복귀하자마자 지난 주에 세 경기를 연달아 뛰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구자철은 지난 달 파울루 벤투(49)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급성 신우신염(신장 감염의 일종)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복귀 후 경기력을 체크한 벤투 감독이 다시금 A대표팀에 호출해 11월 원정 2연전에 동행한다.

축구대표팀 전술의 두 기둥 손흥민(왼쪽)과 기성용은 11월 A매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구자철, 이청용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주목 받는 이유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전술의 두 기둥 손흥민(왼쪽)과 기성용은 11월 A매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구자철, 이청용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주목 받는 이유다. [연합뉴스]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구자철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다. “개인적으로도, 또 대표팀에도 중요한 순간에 합류하는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언급한 그는 “일차적으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지만, 늘 그랬듯이 열심히 극복해보겠다”고 했다.

11월 A매치는 벤투호 출항 이후 전술적 구심점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대거 자리를 비웠다. 공격수 손흥민(26ㆍ토트넘)은 소속팀과 대한축구협회의 차출 일정 합의로, 미드필더 기성용(29ㆍ뉴캐슬)은 휴식을 위해 각각 대표팀에서 빠졌다. 수비수 장현수(28ㆍFC도쿄)는 병역 혜택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퇴출됐다. 구자철, 이청용(30ㆍ보훔) 등 모처럼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베테랑들이 주목 받는 이유다.

구자철은 “내가 엔트리에 있건 없건 늘 대표팀을 응원하며 관심 있게 지켜봐왔다”면서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은) 대표팀에서 은퇴하느냐의 여부와 상관 없이 늘 변함 없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준비가 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계속 경기를 나가고 있으니까…”라며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축구대표팀은 12일 소집하자마자 곧장 원정 A매치 경기 장소인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한다. 17일 호주와, 20일 우즈베키스탄과 맞대결을 치를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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