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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울산법원장 반박글 "난 30년 전부터 떠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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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이 지난달1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2018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이 지난달1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2018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현직 법원장이 최근 양승태 전 대법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 수사에서 벌어진 영장 발부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6일 최인석(61·사법연수원 16기) 울산지법원장은 전날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아닙니다. 저는 30년 전부터 떠들었습니다’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원장은 “이제 늙고 병들고 꼰대가 되고 적폐가 됐지만 나는 30년 전부터 떠들고 살았다”며 “그래도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고 돌을 던질 분이 있으면 기꺼이 맞겠다”고 적었다.

 그는 “1988년 대법원장 사퇴를 불러왔던 이른바 2차 사법파동 때 우리 법원 성명서를 제가 썼다”며 “각급 법원판사회의는 행정처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싸워서 얻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5년 전후 당시 전국 여러 법원에서 주로 단독판사들이 치열하게 싸웠고, 그 때 우리 수석부장은 반농담으로 저를 ‘노조위원장’이라고 불렀다”고 언급했다. 이어 “후배 판사에게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부로 발부해주면 안 된다고 코치하던 때도 그 무렵”이라며 “긴급체포가 오·남용되고 있다고 코트넷에 외롭게 떠들었던 때는 1999년, 2000년 무렵”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법원행정처 폐지나 검사의 법관출입문 이용, 국정 감사반을 수석부장이 영접하는 관례, 지역법관 인사 제도 등을 지적해왔기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이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 이같은 의견을 주장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최 원장은 “여태까지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고 물어 주신 덕분에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비판적으로 보았던 저의 경력을 정리해 볼 수 있게 됐다”며 “지금 우리 법원 구성원간의 토론과 논쟁에도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좁은 소견일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최 법원장은 지난달 29일 ‘압수수색의 홍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법원이다”며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 데만 몰두했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그리고 판사는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장삼이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 법원장의 국가보안법 사건 구속영장 기각 전력을 소개한 뒤 “그동안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너무 쉽다 받아줬다”며 “향후 압수수색 영장의 심사를 강화해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의 영장청구, 발부의 관행을 대대적으로 검토하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법원장은 이날 한 원장의 글에 대해 “나의 해묵은 구속영장 기각 사건을 다시 들먹인 교수님은 이 정권에서 형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실세이시던데, 우리들 ‘적폐판사’가 떠드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사법문화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한다”면서 “이 또한 민주주의의 관용을 보여준 것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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