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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만류에도 명퇴신청한 김 부장, 웃을 수 있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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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더,오래]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1)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창업을 위해서는 세일즈 역량이 필수다. 이제까지 세일즈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4050 세대의 세일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세일즈 적 마인드와 기술을 가질 수 있을지 몇 가지 핵심적인 방향을 알려준다. <편집자>

IT 중견기업에 20년간 몸담아 온 김 부장.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달랐지만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나는 반대했고, 회사도 만류했지만 김 부장은 명퇴자의 우울함이라고는 전혀 없이 산뜻한 재출발을 준비 중이다. 퇴직 결정을 굳힌 그는 벌써부터 주변에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2막을 준비하는 김00’로 SNS 프로필도 바꾸었다. 우리 주변 반퇴 세대의 전형적인 길을 걷고 있지만 뭔가 그를 감싸고 도는 ‘공기’는 다르다.

잘 나가던 김 부장, 명예퇴직 신청

20년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난 김부장이 우울함이라고는 전혀 없이 새 출발의 설렘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진 픽사베이]

20년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난 김부장이 우울함이라고는 전혀 없이 새 출발의 설렘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진 픽사베이]

김 부장이 선뜻 퇴직을 스스로 결정하고 새 출발의 설렘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 부장을 곁에서 오래 보아온 동료와 거래처, 지인들은 그의 결정을 이해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기대를 건다. 그는  업무 처리 솜씨가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 업무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 남달랐을 뿐이다. 회사가 원하는 성과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다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풀어보면 이랬다. 인사부서에 있을 때 직원과 회사의 입장 차이를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구매부서 재직 때엔 거래처와 회사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했다. 부장 3년 차에는 그 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영업부로(대표에게 장문의 메일을 써 간곡히 요청했다는 후문) 발령을 받았다.

영업 경력이 없어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5년간을 그야말로 직원들과 신나게 현장을 누볐다. 그와 함께 일을 해본 사람은 그를 겸손하지만 고객 만족의 실행력만큼은 최고로 기억하고 있다.

1막을 정리하고 스스로 2막에 한 발짝 다가선 김 부장. 이제까지 무엇을 준비했고, 세상은 그를 어떤 이미지로 떠올릴까. 정확한 업무처리 능력일까, 아니면 그의 인간적 매력일까?

현역 시절의 업무 능력은 그 자체로는 후반부 인생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없다. 인생 1막의 경험은 2막을 위한 준비 과정이 될지 모르지만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무 능력에 무엇인가 부가가치를 더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인간관계, 리더십, 인문학, 융합 등을 부가가치 역량으로 제안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바로 ‘세일즈’인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인식이나 의사결정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 능력이 &#39;세일즈&#39;이다. [사진 픽사베이]

우리는 누군가의 인식이나 의사결정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 능력이 &#39;세일즈&#39;이다. [사진 픽사베이]

IT 개발자로서 경력 20년에 탁월한 세일즈 능력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인사·노무 전문가로서 업무 역량에 설득력과 왕성한 활동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인생 2막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창업하든, 프리랜서로 활동하든, 재취업을 하든, 소소한 자영업을 시작하든….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인식이나 의사결정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게 된다.

어쩌면 그 상호작용은 1막에서의 삶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가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따뜻한 격려나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의 인생 1막이 어떠했는가에 따른 결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쩌면 대학입시에서의 평가보다 더 무섭고 무거운 성적표가 될 수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능력은 꼭 필요하지만 능력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나의 능력이 발휘되기 위한 운은 과연 무엇일까. 나의 능력이 발휘되는 여건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여건이란 사람과의 관계, 많은 기회와의 만남, 그리고 판단력 등으로 만들어진다. 어떻게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나의 운을 만들어 낼 것인가는 세일즈라는 단어와 가까워지면 현실적인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출발의 에너지는 세일즈적 역량

김부장의 산뜻한 재출발 비결은 세일즈 능력에 있다. 직접적인 세일즈를 경험해 봄으로써 재출발의 강력한 에너지를 충전했을 것이다. 나 개인의 능력도 기술보다 고객 지향과 관계 만들기에 더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픽사베이]

김부장의 산뜻한 재출발 비결은 세일즈 능력에 있다. 직접적인 세일즈를 경험해 봄으로써 재출발의 강력한 에너지를 충전했을 것이다. 나 개인의 능력도 기술보다 고객 지향과 관계 만들기에 더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픽사베이]

김 부장의 산뜻한 재출발 비결은 바로 자신의 업무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세일즈 능력에 있다. 직접적인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세일즈적 역량과 마인드로 부가가치를 올리고, 기회가 될 때 직접적인 세일즈를 경험해 봄으로써 재출발의 강력한 에너지를 충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잘 준비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김 부장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비즈니스를 펼칠 수도 있고, 임원 혹은 대표로의 취업도 가능할 것이다.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에 기능보다 가치와 고객 지향을 더 강조하는 시대다.

나 개인의 능력도 기술보다 고객 지향과 관계 만들기를 더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말뿐 아니라 실질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인생을 더 오래 살기 위한 새로운 관점의 세일즈를 기억하자. 운칠기삼의 운을 준비하는 보다 선명하고 현실적인 방법론이 될 것이다.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rangle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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