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조기 교육'만큼 중요한 '조기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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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모아 투자해 나갈 수 있는 시기는 사회 초년병이 되는 25~30세 무렵이다.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고 생활비를 충당하고 남는 여윳돈으로 투자해 돈을 불리고 그렇게 해서 노후대비를 한다는 것은 여간 힘겨운 과정이 아니다. 이런 힘겨움을 덜어 줄 수 있는 대안이 부모와 자녀 간 '투자 대물림'을 하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가 대신 투자를 시작해 주면 조그만 돈으로도 종자돈을 쉽게 만들 수 있다.

5세 동갑내기인 철수와 영수가 있다. 철수는 부모 도움으로 5세부터 대학생이 되는 20세까지 매월 5만원씩 16년간 총 960만원을 투자하고 55세까지 묻어두었다. 반면 영수는 20세에 시작하여 55세 은퇴할 때까지 매월 5만원씩 총 2160만원을 투자하였다. 매년 10%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철수는 55세 때 6억39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원금을 두 배 이상 많이 투자한 영수는 1억8900만원밖에는 만들지 못한다.

결국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찍 시작해서 오래 들고 가는 길밖에는 없다. '일찍'과 '오랫동안'이라는 표현은 서로 어울리기 힘든 말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두 단어가 합쳐지면 엄청난 효과가 난다. 눈덩이가 불어나듯 돈이 급격히 불어나게 하려면 오직 장기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성인이 된 자신보다는 자기 자녀를 부자 만들기가 훨씬 수월하다. 유아기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조기투자'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펀드(Young Investor Fund)라고 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이 자식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평생을 투자와 동고동락하는 것이다. 영국도 2002년 9월 이후 출생한 아이들에게 'CTF(Child Trust Fund)'라고 하는 50만원 상당의 금융증서를 발행해 투자 종자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출산장려책 일환이지만 10년 아니 20년이 지났을 때 어릴 적 시작한 투자의 위력이 어떻다는 것을 직접 체험해 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중에도 아이를 낳으면 장려금을 주는 곳이 생겼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부모들이 산후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쓰기 쉽다. 이 돈을 받아 아이를 위한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예 지자체 등에서 태어난 아이 명의로 펀드에 가입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출산장려책인 동시에 아이의 장래에 대비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 컨설팅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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