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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보다 멀리 똑바로 날리네 … 340야드 장타 괴물 챔프 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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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호 22면

성호준의 주말 골프인사이드 

캐머런 챔프의 티샷. 챔프는 더스틴 존슨보다 멀리 치고 정확성은 데이비드 톰스와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머런 챔프의 티샷. 챔프는 더스틴 존슨보다 멀리 치고 정확성은 데이비드 톰스와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요즘 골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가 캐머런 챔프(23)다. 평균 340야드 정도의 장타를 때려 더스틴 존슨 같은 기존 대포를 뛰어넘는 ‘괴물’이다. 지난달 29일 PGA 투어 입성 2경기 만에 우승해 인기가 치솟고 있다. 더 큰 무대에 오를수록 더 진가를 발휘하는 수퍼스타의 자질이 보인다.

PGA 2경기 만에 우승한 챔프 #우상으로 여기는 타이거 우즈와 #가정환경, 선수 성장 과정 비슷 #장타에 정교함도 갖춰 스타 예감 #팬들 우즈와 동반 라운드 기대

이 매력적인 선수는 타이거 우즈(43)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베트남전에 참전한 가족에게서 골프를 배웠다. 우즈는 아버지인 얼 우즈(1932년생, 작고)에게, 챔프는 할아버지 맥 챔프(78)에게서다. 얼 우즈는 특수부대인 그린베레 장교로 베트남에 두 차례 갔다 왔다. 맥 챔프는 19세에 징집되어, 사병으로 월남에 갔다가 이후 군 생활을 계속했다.

우즈·챔프 아버지 모두 야구 포수 출신

타이거 우즈와 그의 아버지 얼 우즈. 두 선수의 아버지는 야구 포수를 했다. [중앙포토]

타이거 우즈와 그의 아버지 얼 우즈. 두 선수의 아버지는 야구 포수를 했다. [중앙포토]

우즈는 아버지에게 요람에서부터 골프를 배웠다. 골프 천재로 두 살 때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챔프도 두 살 때 할아버지가 사준 플라스틱 골프채로 뒤뜰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유복한 집안 출신은 아니다. 챔프는 월 이용료 50달러인 집 근처 파 3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우즈는 아버지가 싸게 이용 가능했던 군인 골프장에서 배웠다.

우즈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캐블리네시안(Cablinasian)’이라 했다. 백인(Caucasian), 흑인(Black), 인디언(Indian), 아시안(Asian)의 합성어다. 우즈의 아버지는 백인·흑인·인디언·중국인의 피를 받았으며 어머니는 태국인·중국인의 피가 섞였다.

챔프는 백인처럼 보이지만 피의 4분의 1이 흑인이다. 그의 할아버지 맥 챔프는 독일에서 복무하는 동안 백인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챔프의 어머니도 눈이 파란 백인이다.

우즈와 챔프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교육열이 높은 부모가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적은 이 지역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캔자스대학 야구팀 포수를 한 우즈의 아버지처럼 챔프의 아버지 제프 캠프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너리그팀에서 포수를 했다. 우즈의 아버지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기엔 재능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챔프의 아버지는 부상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힘과 섬세함을 겸비했다. 캐머런 챔프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뛰어난 쇼트게임 능력을 보여줬다. 챔프는 기록상으로는 드라이버보다 퍼트가 더 좋았다. 그가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브샷으로 얻은 이득은 5.67타(3위), 퍼터로 얻은 이득은 8.63타(2위)였다. 강풍에 드라이버가 흔들리면서 맞은 거듭된 위기를 그린에서 퍼터로 진화하면서 안정을 찾았고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잡아내는 클러치 능력도 보여줬다. 우즈는 나이가 들어 근육을 불렸지만 두 선수 모두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두 선수가 다른 점도 많다. 우즈는 “이름이 우즈(woods·숲)라 티샷이 페어웨이에 못 가고 숲에 많이 간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드라이버가 정교하지 못했다.

반면 한때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션 폴리는 “챔프는 더스틴 존슨보다 30야드를 더 치는데 정확성은 (단타자인) 데이비드 톰스 같다”고 했다. PGA 투어에서 최고 수준 장타자였지만 거리 1등은 해보지 못한 우즈보다 챔프는 드라이버를 더 멀리, 더 똑바로 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우즈는 아이언샷과 그린 주위에서의 샷능력이 탁월하다. 우즈는 공을 높게, 낮게, 좌우로 휘어 쳤으며 천부적인 감각을 가졌다.

스무 살 차이 수퍼스타 행로에 관심 쏠려

캐머런 챔프와 그의 아버지 제프 챔프

캐머런 챔프와 그의 아버지 제프 챔프

물론 챔프와 우즈는 체급이 다르다. 우즈는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3연속 우승했다. 챔프는 대학시절 우승이 한 번뿐이다. 우즈는 프로 전향 후 3경기 만에 우승, PGA 투어 직행 티켓을 땄으나 챔프는 2부 투어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에 왔다. 챔프가 PGA 투어에서 우승한 대회는 주요 선수들이 빠졌다. 챔프는 메이저대회 등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멘토의 교육방식에 따른 생각의 간격으로 보인다. 우즈 부모는 골프 코스는 전쟁터라고 가르쳤고 아들을 전사로 키웠다. 챔프의 할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챔프는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잠언 3장6절)을 문신으로 새겨 다닌다. “너는 범사에 여호와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는 문구다. 할아버지는 항상 손자에게 “네가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캔자스대학 야구팀에서 포수로 뛰는 동안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지역으로 연습경기를 하러 갔다가 상대팀으로부터 흑인이 있는 팀과 경기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텔에서 투숙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후 세상이 공정하지 않으며 이를 되갚아야 한다고 여겼다. 아들에게 그런 생각들을 불어넣었다. 챔프의 할아버지도 당연히 비슷한 일을 겪었다. 텍사스에서 신병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햄버거를 사려했는데 흑인이라 거부당했다. 대응은 우즈의 아버지와는 달랐다. 그 휴게소가 텍사스 A&M대학 앞이었는데 50여 년 후 손자인 캐머런 챔프가 이 학교에 입학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고 합격을 축복했다.

젊은 시절 차별도 겪고 전쟁터에서도 보내며 비슷한 경험을 한 우즈의 아버지와 챔프의 할아버지가 다른 생각을 하고 가족들을 다른 길로 인도한 것이 흥미롭다. 챔프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우즈는 1975년생이고 챔프는 1995년생으로 스무살 차이다. 챔프는 우즈를 우상으로 여기고 살았다. 이제 서서히 커리어의 후반으로 접어드는 우즈와 챔프의 동반 라운드도 기다려진다.

버클이 빨리 목표 보도록, 번개 힙턴이 장타 비결

“버클이 최대한 목표를 보도록 힙턴 빨리 하는 게 장타의 비결”

캐머런 챔프는 티샷 헤드스피드가 평균 129.6마일로 PGA 투어 1위다. 지난해 이 부문 1위는 124.8마일이었다. 볼 스피드도 챔프는 시속 192.6마일이이다. 지난 시즌 이 부문 1위는 182.2마일이었다. 지난 시즌 평균 거리 1위 로리 매킬로이의 볼 스피드는 181.6마일이었다. 스피드로 보면 챔프는 이전에 없던 수퍼 스포츠카다.

그는 장타를 치려면 백스윙을 천천히 하라고 한다. 그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백스윙을 할 때부터 세게 치려는 다운스윙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서두르고 타이밍을 잃게 된다”고 했다. 다운스윙의 핵심은 빠른 힙턴이다. 그는 “허리띠 버클이 최대한 빨리 목표를 보도록 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했다.

손은 쓰지 않는다. 그의 코치인 션 폴리는 “오른쪽 팔꿈치가 허리 부분까지 왔을 때까지도 손목 코킹을 유지하고 있고 팔이 몸 뒤에 위치한다”고 했다. 스윙 궤도는 힙턴의 결과로 생긴 동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폴리는 “주말골퍼도 이렇게 스윙을 한다면 드라이브샷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챔프는 “다운스윙의 시작부터 임팩트까지 손이 아니라 몸으로 스윙을 해야 힘이 실리고 정확성도 좋아진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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