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차별적 수식어는 싫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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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음과 같은 일은 주로 누가 하나요?

저녁 준비, 장보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삼촌 ㉡엄마 ㉢나 ㉣동생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출제된 시험문제라고 한다. 우리 집은 아빠가 하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표시한 학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이런 일을 꼭 엄마가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가족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11월 3일 학생의날을 맞아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 등의 사례를 접수한 결과 528명이 참여해 위와 같은 사례와 의견 등을 보내 왔다고 한다.

이 단체는 접수받은 언어와 행동 등을 분석해 ‘서울시성평등생활사전-학교편’을 발표했다. 학교편에서는 ‘학교생활 성차별 언어·행동 바꾸기 톱5’를 선정했다. 그 가운데 ‘성별로 뻔한 수식어는 싫어요’가 첫째를 차지했다. 뻔한 수식어란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수식어를 가리킨다. 여학생에게는 ‘조신한’ ‘예쁜’ ‘얌전한’ 등의 수식어를, 남학생에게는 ‘듬직한’ ‘멋진’ ‘대범한’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적 수식어 대신 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수식어를 사용해줄 것을 권했다. 수식어는 뒤에 오는 말을 정의하거나 규정하는 기능을 하므로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늘 주의해야 할 요소다.

둘째는 ‘고정된 편견을 강요하지 마세요’였다. ‘여자가 글씨를 예쁘게 써야지’ ‘남자가 왜 질질 짜냐’ 등과 같은 경우다. 셋째는 ‘공부 못하면~ 시리즈 하지 마세요’였다. 여학생에게는 ‘여자는 공부 못해도 얼굴만 예쁘면 된다’, 남학생에게는 ‘지금 공부하면 부인 얼굴이 바뀐다’ 등과 같이 외모 또는 성적과 배우자를 연결시키는 말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복·출석번호 등 정해진 학교생활,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세요’였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교훈·급훈은 이제 안녕, 성평등하게 써 주세요’가 다섯째를 차지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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