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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과민반응 중 … 투자는 감정보다 머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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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10월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오크트리캐피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10월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오크트리캐피털]

“올해 들어 20% 하락한 한국 시장에서 심리적인 과잉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더 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월가의 투자 대가 하워드 막스 회장 #나빠진 펀더멘털 선반영된 상태 #무역전쟁·북한문제 해결 안 되면 #증시 하락 국면 지속될 가능성 #세계 경제 회복세 말기 … 둔화 앞둬 #심리와 반대로 더 나쁠 때 투자를

월가의 투자 ‘구루(Guru)’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한국 투자자에게 던진 말이다.

막스 회장은 “선진시장이 잘될 때 더 강세를 보였다가 반대로 부진할 때 완전한 우울, 심리적인 과잉반응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신흥시장”이라며 “심리에는 제한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진단했다.

막스 회장이 1995년 설립한 오크트리의 총 자산(계열사 더블라인캐피털 자산 합산)은 9월 기준 1235억 달러(약 141조원)에 달한다. 헝가리 연간 국내총생산(GDP· 1250억 달러)과 맞먹는다. 부실 채권 부문에서 세계적 투자가로 꼽히는 그는 경제위기 때 사고 호황기에 파는 ‘역방향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투자자에게 보내는 e메일인 ‘하워드 막스로부터의 메모’로도 유명하다.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정확도 높은 예측으로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이 “메일함에 하워드 막스의 메모가 와 있으면 가장 먼저 열어본다”고 할 정도다.

저서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달 29일 인터뷰했다.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진 그날이다. 막스 회장은 “한국 경제 전문가는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신 한국 증시 등락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경제 상황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갔다. 아래는 일문일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기 순환 주기(사이클) 중 어디라고 보나.
“미국 경기는 여전히 강세 흐름을 보이지만 불확실성 역시 상당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 회복기가 10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회복기가) 이렇게 오래 지속한 적이 없다. 경기 회복은 영원하지 않다. 회복세가 당장 끝날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제 경기 회복은 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 펀더멘털(기초지표) 대비 (주식)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고, 심리가 서서히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증시도 ‘키 맞추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로 가고 있는 건가.
“거품 이후 붕괴 또는 초호황 이후 붕괴. 이게 그간의 주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거품은 아니라고 본다. 소폭의 경제성장 둔화가 일어난다고 해서 그걸 위기라고 봐선 안 된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무역전쟁이 더 격화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다면, 북한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나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2년 전부터 위험을 경고했는데.
“2년 전에 ‘신중하라’고 했다. 혼란 상태(panic)에 빠져들란 얘긴 아니었고.”
한국의 경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투자 피난처가 있을까.
“주식을 팔고 다른 투자처로 갈아타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데, 팔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다. ‘1년 전에 팔았어야지’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한국 증시는 이미 20% 하락했고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악화한 부분이 최근 가격에 선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투자를 한다면 가치 채권, 단기 금융상품, 한국 이외의 다른 해외 지역 투자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워드 막스로부터의 메모’를 보낸다면 어떤 내용으로 쓰겠나.
“감정보다는 머리로, 단기보다는 장기로,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보다는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감정이 앞서면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 ‘거꾸로’ 행동을 할 수 있다. 세일할 때 물건을 사는 게 당연한데 주식시장에선 그런 원칙이 잘 통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심리가 더 위축되고 자산가치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투자 기회가 올 것이다. 심리와 반대로 투자해야 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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