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인술교류 물꼬 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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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와 북한간의 다방면에 걸친 교류무드를 타고 의료계에서도 남북교류의 길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대한의학협회는 지난 1월초 김재유 회장의 대북 의료교류 제안을 통해 상호교류 가능성을 연데 이어 ▲남북교류창구의 마련 ▲정확한 북한의료실태의 파악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협은 그러나 최근의 경제교류 움직임 등이 지나치게 들뜬 분위기를 조성하는 면을 안고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직접교류에는 가급적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지난 85년 남북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는 임륭의 의협 총무이사(혜성병원장)는 『남북의료교류를 민간주도로 자율적으로 하되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과 가이드를 존중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협은 세계에 흩어진 해외동포 의사대표들과 국내의사 1백∼2백명으로 「범세계 한족의사회」(가칭)를 조만간 발족시킨 뒤 해외에서 북쪽 의사들과 자연스럽게 접촉, 동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우선 오는 10월께 미국 또는 일본에서 「범세계 한족의료인대회」를 개최, 전세계에 흩어져 활약하고 있는 한인의사들을 「만남의 장」에 초청할 계획이다.
이 모임의 초청대상자에는 소련 타슈켄트 지방 등에 있는 40∼50명, 중국연변대학의 한인교수 수십명중 70∼80%, 일본 조총련계 의사대표 20명중 4∼5명을 비롯, 미국·유럽·아프리카 등에서 활동중인 의사들이 포함돼있다.
첫 모임이 성공하면 제2회 대회를 중국·소련 등에서 개최하고 이어 한국·북한의사들의 본격교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의협은 이같은 3단계 접근방식을 추진하기 위해 협회의 상임이사들을 중심으로 한 20명선의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협회장·명예회장·고문·적십자회담대표 등을 역임한 원로급 인사들과 실행위원들 50∼60명으로 「추진위원회」를 결성, 자문을 받을 계획.
의협의 교류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의사회에서는 양문희 회장이 주축이 돼 이북지역이 고향인 의사 30∼40명으로 「남북교류 특별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남북의료교류 추진상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있는 것은 그동안 북한연구가 정부와 몇몇 학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이뤄진데 따른 북한의료관계 자료의 부족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지난87년 귀순한 북한출신 의사 김만철씨를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자료수집에도 신경을 쓰고있다.
김만철씨는 간담회에서 『북한은 의약품부족 현상이 심해 약30%는 수입약에 의존하고 있으며 의학교류를 위해서는 의협과 비슷한 단체인 중앙의학과학협회와 접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7년제 의과대학 11개교에서 배출된 의사, 중·고교졸업 후 3년제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준의사, 4년제 고등의학전문학교를 나온 부의사 등 인구 1만명당 25명꼴(81년 통계)인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거주권내 의료기관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것.
또 한의학이 동의학·주체의학으로 불리며 서양의학과 대등하게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양재모 연세대의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측면에서 보건소에서나 겨우 예방의학활동을 펴는 한국의 의료제도가 본받을 점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앞으로 교류가 트이면 북한의 합영법을 통해 북한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의료기기와 제약분야에서 기술제휴를 펴나가고 북한의사들을 초청, 의료기기 조작법도 소개할 계획이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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