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없이는 월드컵 때문에 못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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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없이는 못 살아="학기말 고사를 연기하라, 연기하라!" 방글라데시 공학대학 학생 300여 명이 일요일인 28일 대학 부총장실을 점거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들은 월드컵 구호를 외치며 "시험을 한 달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6월 3~29일 치러지는 시험이 6월 9일 개막하는 월드컵과 겹치는 데 격분한 것. 한 남학생은 "월드컵은 4년에 한 차례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다. 경기를 보기 위해 모든 학생은 밤을 새울 것"이라며 "시험을 연기해야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농성을 풀지 않자 대학 당국은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알리 무르타자 부총장은 "학생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월드컵 때문에 모든 걸 멈출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월드컵 때문에 못 살아=축구에 광적으로 빠져 있는 남편.애인을 보다 못한 네덜란드 여성들이 반(反)월드컵 운동에 뛰어들었다. 29일 로이터 통신은 몇몇 여성들이 월드컵을 반대하는 웹사이트(www.wegmethetwk.nl)를 개설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어로 된 웹사이트 제목은 '월드컵을 없애자(WEG MET HET WK)'. 이들은 "네덜란드가 축구에서 해방되길 바라는 여성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트는 '월드컵 폐지 11대 강령'을 통해 "잔디는 소를 위한 것이지 축구를 위한 게 아니다" "축구 시청 때문에 드라마 채널권을 뺏기길 거부한다"고 외친다.

또 "여성들은 축구에 대한 광기로 점철된 오렌지색 남성호르몬에 위협당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렌지색은 네덜란드 대표팀의 상징색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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