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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얼마나 심했길래···한미 사전조율 워킹그룹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10.29/뉴스1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10.29/뉴스1

미국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 북한 비핵화와 남북 교류사업을 둘러싼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29∼30일)의 목적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워킹그룹 구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유엔제재와 합치하는 남북사업' 논의할 조직 발표 #비핵화보다 남북사업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미국 불만 반영된 듯

국무부가 이날 공식 발표한 워킹그룹의 취지는 크게 두가지.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제재이행 수준을 함께 관찰하는 것. 또 하나는 '유엔제재와 합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주변 정원을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10.30/뉴스1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주변 정원을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10.30/뉴스1

완화된 표현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비해 남북 간 교류사업이 지나치게 앞장서 진행되고 있다는 미국 측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는 "남북 교류사업의 상당부분이 유엔의 대북제재 범위에 들어감에도 한국 정부가 계속 사후적으로 '면제'를 요청하는 것이 계속되선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워킹그룹' 설치의 주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이번에 취해진 추가 조치(워킹그룹 설치)는 비건 대표와 그의 팀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워킹그룹의 구성에 대해선 "구체적 세부사항을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지에 대해 내가 앞서 나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 측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워싱턴에서 회동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서울을 찾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이른바 '빅4'를 연쇄 회동하자 그 배경을 두고 "미국이 한국의 남북사업 추진에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접견실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접견실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이날 미 국무부가 '긴밀한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설치'를 한국에 앞서 공식 발표한 것을 보면 그 같은 추측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연쇄 회담 직후 이 같은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청와대 관계자가 남북 간 철도사업을 둘러싸고 "잘 진행되고 있다. (금명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남북 철도 연결사업 공동조사 착수가 문제없을 것처럼 얘기했지만, 미국 측은 상당히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남북이 휴전선 인근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한 것을 두고도 미국 측은 아직까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최근 들어 워싱턴에선 "한미동맹의 전략을 일치시킬 수 있는 실무그룹을 구성하는 차원에서 한미 간에 '대북전략팀(Korean Strategy Group)을 설치해야 한다"(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등의 의견이 개진돼 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날 미 국무부가 발표한 '워킹그룹'은 "사실상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남북사업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거르는 안전판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이날 "한국 정부가 북한에 자금을 제공하는 게 제재 위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나라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 미사일을 종식하도록 도와야 할 책임을 심각하게 여기기를 기대한다"며 "제재가 우리가 오늘날 있는 이 지점까지 도달하게 했다. 이 시점까지 우리는 성공했다"고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가는 일은 가능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일치된 접근을 위해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회담이 11월 9일 경 뉴욕에서 열릴 것이란 일부 보도에 대해 "오늘 발표할 것이 없다. 이 시점에서 새롭게 발표할 회담은 없다(I have no new meetings to announce at this time)"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현지시간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일체의 대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것을 놓고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이 기간 중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 간 회담(2+2)이 예정돼 있었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사정 상 31일(현지시간) 양국 국방장관 회담만 열리게 됐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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