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함, 태풍 피하다 中영해 침범···中 정부 항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무대왕함이 지난 8월 15일 이집트 해군과 훈련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문무대왕함이 지난 8월 15일 이집트 해군과 훈련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태풍을 피해가려던 우리 군함이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를 침범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해군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소말리아 인근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문무대왕함은 당시 슈퍼태풍 ‘망쿳’의 경로를 피해 기존 항로를 변경했고 남중국해 쪽인 파라셀 군도에 접근했다.

이곳은 중국이 ‘시사군도(西沙群島)’라 부르며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으로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중국 해군은 영해 침범을 경고하기 위해 우리 측에 교신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무대왕함은 10여분가량 해당 해역을 지나갔다.

중국 국방부 측은 당시 “한국 구축함이 사전 허가 없이 시사군도 12해리(1해리는 1.852㎞) 영역에 진입함으로써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중국 측에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고 중국도 이를 이해했다”며 “국제법에 따르면 인도적 목적이나 순수한 목적이라면 사전 허가가 없더라도 외국 군함의 영해 경유를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이 이를 이유로 지난 10~14일 제주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방부와 해군 관계자는 “중국의 관함식 불참은 내부 사정 때문으로 안다”며 “중국이 관함식 불참 이유로 당시 사건을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