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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구미시장 불참한 박정희 추도식…추도사 읽다 눈물흘린 경북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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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모제례가 진행되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모제례가 진행되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추도식 불참한 구미시장 대신 이철우 경북도지사 초헌관 나서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26일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 기일마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민선 최초로 민주당에서 당선한 장세용 구미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찾아 기업인들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지난해 추도식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 소속의 전 시장이 행사를 주도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행사 1시간여 전인 오전 9시30분쯤부터 행사장 곳곳엔 장세용 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렸다. 한 추모객은 행사장 입구에서 '박정희 지우기 장세용과 촛불 독재정권 막아내자'란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장 시장은 참석 대신 소형 조화를 행사장에 보냈다.
추모객들은 장 시장의 추도식 불참 등을 '박정희 지우기'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보수단체 회원들로 이뤄진 '박정희 대통령 역사지우기 반대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추도식장 앞에서 반대 서명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우려는 자들은 경부고속도로에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게시했다.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모객들이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의 추도식 불참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모객들이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의 추도식 불참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 행사장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 행사장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장 시장 측은 추도식 불참이 박 전 대통령 지우기라는 시각에 반발했다. 장 시장은 25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 추도식은 원래 민간단체 주도로 하는 것인데 전임 구미시장이 참석해 왔던 것"이라며 "지금은 그 행사에 너무 큰 의미가 부여됐기 때문에 부담이 돼서 피하려고 한 것인데 제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추도사 읽다 눈물 흘린 도지사…덩달아 눈시울 붉힌 추모객들 

추도식은 오전 10시30분 추모제례로 시작됐다. 추모제례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이 있는 생가 내 분향소에서 치러졌다. 초헌관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아헌관은 김태근 구미시의회 의장, 종헌관은 전병억 박정희생가보존회 이사장이 각각 나섰다. 지난해 추모제례엔 남유진 당시 구미시장이 초헌관을 맡았었다. 백승주(구미갑)·장석춘(구미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제례가 끝난 뒤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경례, 추도사, 박 전 대통령 생전 육성 청취, 진혼곡 낭송, 묵념 등 순서가 이어졌다. 추모객 500여 명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추도식에 임했다. 추도사에 나선 이 도지사는 미리 준비한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참지 못해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도지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일부 추모객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추도사를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추도사를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모제례가 진행되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모제례가 진행되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이 도지사는 추도사에서 "살아 생전 님께서는 국민들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단 하루도 편히 잠 못 드시고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며 "일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사셨던 지도자의 빛나는 업적을 지켜가면서 정성과 열의를 하나로 모아서 빛나는 모습으로 영도자께 보답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장세용 시장 "민간주도 행사에 너무 큰 의미…부담돼 피했다"

추모객 백광흠(86)씨는 "매년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먹고 살기 힘들 때 자신의 사리사욕을 버리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했던 것은 온 국민이 다 안다. 이런 행사에 구미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우려했던 진보·보수단체 간 충돌은 없었다. 진보단체가 행사장에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다. 하지만 일부 추모객들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일부 언론사의 취재진을 향해 욕설과 비난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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