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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식이 이어 교촌도···치킨 날개 꺾어버리는 '오너 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원 폭행' 임원 복귀 관련 교촌치킨 사과문 [사진 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직원 폭행' 임원 복귀 관련 교촌치킨 사과문 [사진 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치킨 업계의 갑질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한국 치킨의 해외 진출도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킨 오너가의 갑질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호식이두마리, 전 회장 성추행 사건 후 해외 개장 0 #교촌치킨도 폭행 영상 수습 분주, 해외사업 제동 #지난 8월 첫 해외진출한 BHC도 수익성 악화 조짐

대표적인 사례가 호식이두마리치킨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전 회장은 지난해 20대 여직원을 호텔에 강제로 끌고 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성난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벌였고 가맹점 매출이 20~40%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급감하자 해외진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최 전 회장은 2015년 일본 신오쿠보 지역에 해외매장을 처음 개설한 뒤 이어 2016년 2개 매장을 더 냈다. 최 전 회장은 해외매장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 일본에 해외매장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성추행 혐의로 회장 직에 물러났고, 이후 한 곳도 해외매장을 열지 못했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이 지난해 6월 21일 서울강남경찰서로 출두,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이 지난해 6월 21일 서울강남경찰서로 출두,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된 교촌치킨 역시 해외진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교촌치킨은 2014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이후 올해까지 직영 매장 7개를 열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에 매장 100개를 오픈하겠다고 계획을 내놨다. 해외진출 사업은 당장에 이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다. 가맹점이 많아야 가맹비, 물류비, 재료비 등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때까지는 본사 직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번 폭행 영상이 공개된 뒤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권 회장은 “당시 폭행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감 있는 조처를 하겠다”며 "이번 사건 외에도 사내 조직에서 또 다른 부당한 일들이 존재하는지 세밀하게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해외사업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당분간 매달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15일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현종 BHC 회장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현종 BHC 회장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갑질로 지난 15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 자격으로 참여한 BHC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BHC는 200억원 광고비 편취, 해바라기 오일 마진 등의 문제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현종 BHC 회장은 “광고비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 달 이내에 다시 만나 설명회를 하기로 했다. 가격 인하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BHC는 지난 8월 홍콩에 첫 매장을 내며 해외진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국내 가맹점주와의 갈등 해결에 매달려야 하는 BHC로서는 해외진출 사업에 힘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3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피자나라치킨공주도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0일 ‘갑질 횡포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26일 기준 211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작성자는 “신메뉴가 출시되면 전단을 강매하고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며 “냉동식자재를 해동인 상태로 가맹점에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인테리어를 필수 계약사항에 넣는 등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지난 10일 올라온 '피자나라치킨공주 갑질횡포를 막아주세요' 청원글.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지난 10일 올라온 '피자나라치킨공주 갑질횡포를 막아주세요' 청원글.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해당 청원글에 동의 의사를 밝힌 한 네티즌은 “칼로리, 나트륨 50%로 줄인 제품으로 미국 진출하고 피자나라에는 그딴 식재료를 공급하냐”며 비난했다. 피자나라치킨공주는 최근 미국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저칼로리, 저나트륨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국민청원으로 갑질 의혹이 불거지면서 피자나라치킨공주는 국내 여론 수습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 사업은 해외매장이 일정 수준 이상 늘 때까지 본사가 적자를 감당해 내야 한다”며 “오너가가 갑질 논란에 휩싸여 국내 매출이 하락하면 필연적으로 해외사업부터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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