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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0조 넘게 지원한 성동조선해양도 ‘고용세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조원이 넘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성동조선해양이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태경 의원, "민간기업 13곳 단협에 고용세습 조항 있어" #채권단 관리 받던 금호타이어도 고용세습 유지 #고용부, "노사 자율로 고용세습 조항 개선 요구"

성동조선 노조원들이 지난 4월 청와대 사랑채 옆에서 구조조정 사업장 해결 촉구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성동조선 노조원들이 지난 4월 청와대 사랑채 옆에서 구조조정 사업장 해결 촉구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단협에 고용세습 관련 조항이 있는 민간기업은 13곳이다.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 소속이 금호타이어와 S&T대우·태평양밸브공업·현대자동차·현대로템·S&T중공업·두산건설·성동조선해양·TCC동양 등 9곳, 한국노총 소속은 현대종합금속·삼영전자·롯데정밀화학 등 3곳이다. 두산모트롤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

특히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단협에 ‘10년 이상 근속자가 병이나 장해로 취업이 불가능하면 생계지원을 위해 직계 비속 1인을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에 2005년 이후 투입한 돈은 대출금 3조6435억원에 보증지원 7조4596억원 등 11조원에 이른다. 나아가 수출입은행이 입은 확정 손실만 2조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성동조선해양 노조 측은 “회사가 직원의 사망이나 질병으로 업무가 불가한 경우 직계가족에게 우선 채용의 기회를 주는 건 기업으로써 직원과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고용세습 단체협약 노조현황 및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고용세습 단체협약 노조현황 및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는 신규채용 시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직계자녀 1명을 우선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채권단 관리를 받다가 중국 더블스타에 경영권(지분율 45%)이 넘어간 금호타이어도 ‘정년 조합원의 요청이 있을 때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런 고용세습 조항 때문에 일반 청년 취준생은 노조원 자녀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고용세습 조항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각 사업장에 대해 다음달 말까지 노사 자율로 고용세습 조항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단체협약 시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정 명령에도 단체협약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노사 양측은 각각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벌금액이 작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하 의원은 “벌금액이 낮아 실효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고용세습 단협 조항의 철폐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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