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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호 100일, 정치언어는 복원했지만 인적쇄신은 안갯속

중앙일보

입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19대 대선에 이어 6ㆍ13 지방선거 참패로 한국당이 크게 위축된 시기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출발 당시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이력으로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겠지만, 당내 세력이 전무한 만큼 반발에 부딪히는 경착륙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 김 위원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당초 예상과 다르다. 예상 밖 연착륙에 대해선 합격점이지만, 오히려 쇄신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안보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22 [뉴스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안보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22 [뉴스1]

①내전 종식=전문가들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당내 ‘휴전(休戰)’이다. 지방선거 후 한국당은 패배의 책임 소재를 놓고 친박(친박근혜) vs 비박(비박근혜), 친홍(친홍준표) vs 반홍(반홍준표), 복당파 vs 잔류파 등 내전에 가까운 이전투구 양상이었다. 이 와중에 무계파인 김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면서 당의 내전 양상은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끝이 보이지 않던 한국당의 자중지란을 멈추고 당을 추스른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뇌관은 남아있다. 최 교수는 “김 위원장이 과거 이회창 전 총재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모든 계파를 상대로 억지력을 구사한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얼마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스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스1]

②정치 언어의 복원= ‘위장 평화쇼’ ‘바퀴벌레’ 등 논란을 야기했던 과거 홍준표 전 대표의 말과 차별화했다는 점도 평가받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의원은 “홍 전 대표 시절엔 지역주민들이 ‘막말 좀 적당히 하라’거나 ‘품위를 갖추라’고 꾸짖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불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막말이 줄어든 공간은 ‘국가주의’ 등 새로운 담론으로 채워졌다. 또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끝장토론을 제의하는 등 중도층 공략을 위해 노력하며 소위 ‘수구꼴통’ 이미지도 어느 정도는 희석했다는 평가다.

③대안 정당 추구=‘묻지 마 반대’보다는 일정 부분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도 '김병준호'의 성과다.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국민성장론‘을 제시했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평화로드맵’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의 대북 정책은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국민이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안정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 추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 추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 정체 등은 김 위원장이 넘어야 할 과제다. 김 위원장이 당을 이끈 100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였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10~13%의 박스권에 갇혀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제1야당의 일인자지만, 개인 인지도는 여전히 빈약하다. 구글 트렌드로 최근 일주일간 검색 추이를 살펴본 결과, 김 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뿐 아니라 자신이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보다도 낮았다.

엄태섭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수인지 진보인지 아리송한 김병준표 혁신이 아직 국민의 마음에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며 “뚜렷한 파워를 갖지 못한 외부 인사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전원책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에 대한 최근 일주일간 검색량을 구글트렌드로 본 결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전원책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에 대한 최근 일주일간 검색량을 구글트렌드로 본 결과

무엇보다 인적 쇄신 없는 ‘조용한 혁신’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최창렬 교수는 “국민이 김병준호에 기대한 것은 과거와 결별하는 새로운 보수였다"며 “칼을 휘두르기보다 당내 통합이나 명망가 모으기 등에 골몰하는 것은 과거 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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