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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PC방 살인에 분노할 수는 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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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지유 기자 중앙일보 기자
홍지유 사회팀 기자

홍지유 사회팀 기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공분을 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취재에 응한 시민 대부분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다중이용시설인 PC방에서 살인이 발생한 데다 경찰이 출동하고도 사건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 주는 충격이 컸다고 했다. 여기에 공개된 폐쇄회로(CC)TV가 논란을 더했다. 동생이 피해자의 팔을 잡고 있는 것을 두고 일부 시민들은 “범행을 도우려고 피해자를 붙잡은 것”이라고 봤지만 경찰은 “피해자를 형으로부터 떼놓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은 확실한 검증과 수사를 통해 경찰이 밝혀야 한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여부도 주요 관심사였다. 피의자 김성수가 10년 가까이 우울증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감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와대 청원 역시 “심신미약이라고 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하지만 형법전문가들은 여론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조항을 아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심신미약 감형 폐지는 형법의 주요 원칙인 ‘책임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22일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22일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우울증만을 이유로 심신 미약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번 사건과 같이 살인을 목적으로 흉기를 가져온 계획범죄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주범도 정신병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신감정이 아직 진행 중인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살인 사건이 기사화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성수와 그의 동생이 조선족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경찰이 김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김씨가 한국인임이 밝혀지자 이번엔 김씨의 부모가 조선족일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이민자와 외국인을 괴물로 몰아가는 극단적 모습이 지금 한국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추측성 발언과 극단적 주장으로 논점을 흐리는 일을 멈춰야 한다. 경찰 수사는 진행형이며 재판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한 CCTV 영상만으로 “동생도 사형하라” 주장하거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법원 판단을 예단해 “심신미약 감형 조항을 전면 폐지하라”고 막무가내로 외치는 것은 건설적인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지유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