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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대 교수 "강서 PC방 피해자 상황 공개, 의료윤리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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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배 서울대 의대 교수. [사진 윤 교수 페이스북]

윤현배 서울대 의대 교수. [사진 윤 교수 페이스북]

현직 의대 교수가 지난 14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PC방 살인 사건 피해자의 자상(칼에 베인 상처)에 대해 상세히 공개한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에 대해 "의료 윤리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윤현배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에 있었던 끔찍한 PC방 사건 피해자를 응급실에서 진료한 남궁인 전문의가 당시 환자의 상태와 진료 내용에 대한 상세한 글을 어제 페북에 전체공개로 올려 하루만에 수십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연히 환자의 동의는 구하지 못했을 것이며,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언급도 어디에도 없다.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와 의무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번 이국종 교수의 환자 정보 공개 옹호에 대해서도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남궁인 전문의는 환자 비밀 준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글도 드물게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의사가 아닌 분들이다 의사협회나 의료윤리학회, 응급의학회 등은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이국종 교수와 남궁인 전문의 등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헌신과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도한 영웅심 혹은 반대로 지나친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성찰과 실천만이 우리의 업을 여전히 숭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중앙포토]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중앙포토]

앞서 남궁 조교수는 자신이 강서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고 밝히며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고, 모든 자상은 칼을 끝까지 찔러 넣었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사건에 대해 함구할 생각이었다"면서도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고 CCTV가 공개되는 등 많은 사실이 알려졌다. 억측으로 돌아다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재발이 방지되기를 누구보다도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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