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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강군몽’ 2050년엔 아태지역서 미 군사력 압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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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10면

무역전쟁 뒤엔 군사 패권 

자본주의 시대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 강국 사이 갈등은 두 가지였다. 무역과 전쟁. ‘위대한 미국’을 외치는 트럼프 정권 들어섰다. 보호관세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무역전쟁). 이제 관심은 군사대결이다. 2차대전 이후 강국이 직접 전쟁을 벌이는 일은 피해왔다. 그렇다고 미중 두 나라가 상대를 겨냥한 전쟁 준비마저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전쟁준비의 시작은 정보전이다. 매년 미국 의회는 국방장관에게 중국의 군사 및 안보상황 진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파견 무관, 중국서 활동하는 중앙정보국(CIA) 요원 등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된다. 중앙SUNDAY가 한국 국방외교 협회를 통해 최신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협회는 이 보고서를 번역해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번역의 최종 감수 책임자인 예비역 육군소장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글을 보내왔다.

올해 미 국방부 의회보고서 #강력한 군사력으로 중국몽 실현 #양안 위협 억제가 최우선 목표 #단기 전략엔 한국 서해 통제도 #2020년이면 군사기술 미국 위협 #항모 6척 작전체제 완성 때까지는 #미와 직접 충돌 피하며 힘 키울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강군몽(强軍夢)’을 통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강력한 군사력 건설을 통해 중국의 국가 전략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경제발전이 중국 공산당의 권력 장악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군 개혁과 군사적 능력 구축도 가능케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안정적인 통제 ▶경제발전 ▶군사적 능력 확충은 서로 작용하며  ‘중국몽’을 가능하게 하는 3대축이 되고 있다. 중국의 군 개혁은 단순한 군사적 차원의 전력증강을 뛰어넘는다. 경제력과 통합돼 있다. 국가 전략목표 달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중국군의 능력 확충은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시켜 주고 있다.

중국군 영향력을 서태평양까지 단계적 확대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중국군의 전략적 공간과 융통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목표다. 아직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중국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타이완 등 양안 위협 대응에 중점을 두면서, 군사능력 신장과 함께 핵심이익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중국은 양안 위협에 대한 억제력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하면서, 제1도련선(島鍊線)에 위치한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국의 서해에 대한 통제 및 영향력 확보를 단기 전략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군은 경제적 성장과 발맞추어, 군사적 능력을 서태평양 연안의 제2도련선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군의 군사전략은 중국몽을 구현하기 위해 강력한 인민해방군을 건설하는 것이다. 군사개혁은 이러한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과업이다. 중국의 군 개혁은 실시간 네트워크 지휘통제와 정밀타격 능력을 활용해 정보화 시대에 벌어질 국지분쟁에서 승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중국군은 지휘통제구조를 단순화하고 합동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복잡한 합동작전 환경 하에서 쌍방훈련을 통한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내용도 과거와 달리 전략적 수준의 장거리 기동을 포함한다. 이런 중국 군사 개혁은 중·장기적으로 미군의 억제 및 준비태세는 물론 기술적 우위에 대해서도 심각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 현대화와 구조 개편은 우주 및 사이버 등 첨단 군사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군은 가장 취약한 부분인 해외 군수지원능력 확보에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군의 전략 증강은 반접근(anti-access)/지역거부(area denial) 전략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2013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중국군의 반접근/지역거부 능력이 동중국해 지역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었음을 과시한 셈이다. 최근 중국군은 3국개입에 대한 실시간 감시·경고·지휘통제 능력을 향상시켰다. 3국 함정에 대한 공격능력을 높이고도 있다. 중국은 1500㎞ 밖에서도 3국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 등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원거리 작전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중국군의 능력은 주일 미군기지와 괌 기지에 대한 정밀 타격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군의 전력 투사능력은 중국의 국익을 보장하고 미래 세계전략을 지원하는 핵심 요소다. 중국군의 원거리 전력 투사능력은 중국군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군의 항모 운용은 핵잠수함 보호, 해상 병참선 확보,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조를 위한 원거리 전력 투사능력과 원해 작전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국군의 해외기지 건설은 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중동지역의 에너지 자원과 해상 교통로 확보를 지원한다. 중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 전략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부티 항에 이어, 오만 살랄라 항, 세이셸 군도, 파키스탄 카라치 항에도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원거리 작전능력을 더욱 확대시킬 전망이다.

중국 사이버전력은 가장 심각한 위협

중국은 사이버 작전능력을 군 개혁의 핵심 요소로 설정했다. 전략목표 달성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사이버 분야는 중국군 개혁에 필요한 기술을 아주 빨리 적은 비용으로 확보하도록 한다. 첨단전력 개발·운용, 새로운 영역에서의 군사작전 수행을 보장한다. 중국은 사이버 능력은 규모, 정부 차원의 지원, 사용의지 등을 고려시 다른 나라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군은 정보작전, 전자전, 우주작전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중국군은 인공지능, 무인체계 등 미래 첨단 군사과학기술 없이는 반접근/지역거부 능력 구축과 역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중국은 2020년대 중반이 되면 군사 기술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항공모함 6척으로 이뤄진 작전체제가 완성되는 2050년을 아태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전망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를 위해 사이버작전, 정보작전 영역에서 ‘회색지대 작전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회색지대란 전쟁 직전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은 회피하면서 실리를 확보하려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을 군사화한 것도 회색지대 전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동맹국과 힘 합해 중국 포위

미국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하나의 전략 시스템을 세웠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맥매스터 장군이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요소로 ‘항행 자유, 법규와 규범, 민간기업과 개방된 시장, 자유와 독립’을 강조했는데, 서태평양-인도양을 연결한 전략 시스템이 중국의 등장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은 인도 태평양 전략의 이행을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안보대화를 추진하면서 상호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미군은 치명성을 높인 통합된 합동군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만들려는 합동군은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등 다양한 전장 영역에서의 복잡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군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로봇체계·인공지능 등을 바탕으로, 첨단 항모, 신형 전략폭격기, 합동타격 전투기, 이지스 전투함, 장거리와 장기작전이 가능한 스텔스 무인체계, 핵잠수함 등에 많은 돈을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 합동군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위협과 원거리 전력 투사능력을 억제하고 대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십은 수십년에 걸쳐 구축됐다.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이점이다. 대외 영향력 행사 순간에 훌륭한 지렛대로 구실한다.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십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는데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여긴다. 미국은 기존 동맹을 더욱 강화해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위협을 공유하는 우방국들과 공동의 대응을 모색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산둥반도는 한반도 측면 위협

요즘 국내에선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고 재래식 도발이 중단되는 등 북한 위협이 사라진다면, 한반도엔 평화와 안정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퍼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 변수를 생각하면 그렇게 안심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눈앞에 놓여있던 북한 비핵화라는 커다란 바위를 힘겹게 그리고 천천히 제거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북한이라는 큰 바위덩어리로 가려져 있던, 보이지 않던 중국이라는 큰 산이 우리 눈앞에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사드(THAAD)배치로 일어난 논란에서 충돌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는 중국의 군사 개혁과 군사적 팽창을 남의 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국은 중국의 잠재적 군사위협에 대해 어떠한 억제력을 확보하고 있을까. 중국 산둥반도는 한반도 옆구리를 겨냥하고 있다. 서해에 대해 심각한 측면 위협일 수도 있다. 중국군은 군 개혁의 일환으로 산둥반도를 한반도를 담당하는 북부전구에 편입시켰다. 이제 산둥반도의 공군 및 해군전력이 한반도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중국군이 완전한 항모 작전체계를 갖추게 되면, 서해는 중국의 군사적 영향아래 놓일 것이다. 중국이 서해상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고 대륙붕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상 분계선 설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저 큰 산을 넘을 것인가, 아니면 저 산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억제력을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산과 타협하면서 적당히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 한국이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과 압박은 물 보듯 뻔하다. 중국은 도전과제를 극복하는데 있어, 한미동맹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중국군의 군사 개혁과 전력증강, 중국의 잠재적인 위협을 놓고 한미간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와 새로운 질서 구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의견일치 등 동맹의 원칙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한미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능력을 갖추는데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한미는 함께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겨냥한 위협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포괄적인 대응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

신경수 예비역 육군소장, 전 주미 국방무관·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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