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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50분 수업 언제까지 해야 하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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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31면

책 속으로 

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미첼 레스닉 지음
최두환 옮김, 다산사이언스

『… 평생유치원』 미첼 레스닉 인터뷰 #함께 놀면서 배워야 창의성 커져 #대학처럼 3시간 수업도 도입해야 #어린이용 코딩 프로그래밍 개발 #코딩은 글쓰기, 자기생각의 표현

세계 모든 나라 교육계는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광풍 앞에 놓인 촛불과 같다. 일단 너도나도 코딩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미첼 레스닉 MIT 미디어랩 석좌교수는 ‘스크래치의 아버지’라 불린다. 전 세계 150개국 등록 사용자 2500만명, 한국에도 매월 78만명의 사용자가 있는 스크래치(Scratch)는, 어린이의 코딩 경험을 위해 설계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환경이다. 스크래치에는 여러 뜻이 있지만, 레스닉 교수가 설계한 스크래치는 디스크자키(DJ)가 레코드판을 앞뒤로 빨리 움직여 새로운 소리를 합성해 내는 것에 착안했다. 어린이들이 그래픽이나 소리와 같은 미디어 요소들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든 게 스크래치다.

『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출간에 맞춰 스마일게이트 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레스닉 교수를 15일 인터뷰했다. 인터뷰와 책 내용을 요약한다면 이렇다. 초·중·고·대학은 유치원처럼 놀면서 배우는 학습현장이어야 한다. 동시에 초·중·고 교육은 대학 학부와 석·박사 과정처럼 필요에 따라 수업 시간을 50분에서 3시간으로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학문 분과를 넘나드는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 접근이 필요하다.

레스닉 MIT 교수는 어린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의 개발자다. [최정동 기자]

레스닉 MIT 교수는 어린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의 개발자다. [최정동 기자]

『평생유치원』의 메시지는 뭔가.
“오늘의 어린이들은 미지의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평생 끊임없이 마주치게 된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오늘의 학교는 학생들을 새 시대 적응에 준비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내 책은 학생들을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전략과 접근법,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왜 코딩인가. 예컨대 아이들에게 라틴어·한자·통계·그림·작곡을 가르치는 것도 창의성 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코딩이 글쓰기의 연장이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되거나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와 코딩은 생각을 체계적·논리적으로 조직화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글쓰기·코딩은 우리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준다. 아이들이 주변의 기술을 활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술을 매개로 한 단순한 정보의 입력 대상이 아니라, 기술을 통제하는 주체로서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코딩 교육 도입 자체는 무의미하다.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 코딩 교육을 해야 한다.”
당신은 창의성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위대한 예술가나 과학자가 세상에 없었던 발명·발견을 하는 게 창의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직면하는 새로운 상황에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다. 세상에는 새롭지 않지만, 내게는 새로운 것 말이다. 종이 클립을 발명하는 게 아니라 종이 클립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이다.”
책 제목 『평생유치원』이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당신은 모든 초·중·고·대학·대학원 등 모든 교육 단계가 유치원 교육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유치원 원생들은 협업하는 가운데 놀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갈수록 유치원에 초·중·고·대학 교육 방식이 도입돼 원생들이 나란히 강의실에 앉아 팩트나 개념을 배우고 있다. 잘못됐다. 오히려 대학원 석·박사 과정이 유치원처럼 운영돼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MIT 미디어랩은 유치원처럼 운영된다. MIT 미디어랩과 유치원의 공통분모는 4개의 P다. 프로젝트(project), 열정(passion), 또래(peer) 그리고 놀기(play)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들은 ‘강제’로라도 상상력·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아니라 기회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우리는 보다 인간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보다 경제적·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우리 인생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누리게 될 것이다.”
교육 개혁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두 가지다. 첫째,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예컨대 기존 교육 과정은 50분 수업으로 짜여 있다. 예컨대 코딩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장벽은 수업이 수학·과학·언어 등으로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다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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