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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미원 광고와 국감장 고양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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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35면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간만에 허를 찌르는 광고다. “우리는 오늘 닭 100마리를 살렸다” “소 한 마리를 살렸다”라는 새 미원 광고 말이다. MSG 조미료 100g이 내는 감칠맛이 닭 100마리 또는 소 1마리를 우려낸 효과와 같으니 MSG 사용이 공교롭게도 동물 생명을 살린다는 주장을 아이돌 김희철을 등장시켜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MSG가 건강에 해롭다’는 설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광고를 황당해한다. 하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MSG가 건강에 무해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올해 초 식약처는 MSG를 더 이상 ‘화학조미료’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MSG는 사탕수수 추출물로 만들어지고 다른 식품첨가제들도 천연과 화학의 경계가 애매하기에 세계기준에 따라 아예 그 구분을 없앤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알고 또 동물생명권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새 미원 광고에 대해 ‘말이 되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 올라온 지 2주 만에 80만 뷰를 돌파했다.

여기서 미원 예찬론을 펼 생각은 없다. ‘건강 유해설’ 때문이 아니라도 맛 등의 이유로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리라. 다만 이 광고가 얼마나 영리하게 시대의 흐름을 읽어 적용했는지를 말하고 싶다. MSG 하면 왠지 친자연적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면 국물 맛 좀 진하게 내자고 많은 동물을 희생시켜 갈아 넣는 건 과연 친자연적이냐고 이 광고는 묻는다. 이런 역발상은 최근 동물생명권 문제에 관심이 급증한 한국의 젊은 세대를 제대로 파고들었다. 이 광고로 미원은 오래되고 진부한 이미지를 많이 벗었다.

반면에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벵갈 고양이는 어떤가? 김진태 의원은 ‘퓨마 사살’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치고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한 현상까지는 제대로 포착했다. 하지만 현상 이면에 있는 동물생명권 및 동물 학대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제대로 읽었다면 퓨마와 상관도 없는 벵갈 고양이를 철창에 넣어오면서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킬 생각을 못 할 수는 없으리라. 시대의 흐름을 겉핥기로 읽어서 어설프게 자기 광고에 사용하면 도리어 독이 된다는 예로 남고 말았다. 지금 국회 국감에는 당을 막론하고 보여주기식 쇼가 속출한다. 이미지정치의 시대에 쇼를 버릴 수 없다면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최소한 민망한 쇼는 안 되게 하기를.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타난 벵갈고양이 [뉴스1]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타난 벵갈고양이 [뉴스1]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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