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만찬 회담을 하고 “오늘 미사에서 평화에 대한 갈구와 간절함이 한데 모였다는 생각과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는데 성의를 다하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제 생각에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셔야 할 것 같다”며 “우리의 기도가 정말 강렬했고 주님께서 우리 기도를 꼭 들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대통령께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 큰 걸음을 떼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만찬은 이날 오후 8시 20분부터 10시 16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 대사관저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 일행은 8시 20분쯤 대사관저에 도착했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파롤린 국무원장 일행과 응접실에서 환담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다.
다음은 만찬 관련 대화록 전문
파롤린 국무원장: 제 생각에도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을 하셔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기도가 정말 강렬했고 주님께서 우리 기도를 꼭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그동안 대통령께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 큰 걸음을 떼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될 것이다.
문 대통령 : 강력한 적대 관계 속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오늘 미사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다.
파롤린 국무원장: 한국 카톨릭 얘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살아있고, 강하며 인상적이었다. 한국 교회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교회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 : 신도 수나 사제 수, 교세를 계속 확장하고 있는데 한국 카톨릭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있어 앞장서왔고 헌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거기서 연설까지 한 것은 꿈만 같다.
파롤린 국무원장 : 대통령님 강론시간에 제가 유심히 봤는데 신자들이 모두 대통령의 입에만 집중을 하더라.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모이신 분 모두가 집중했는데 대통령 말씀을 모두 확신하는 것 같았다.
갈러거 외교장관 : 지난 여름에 한국을 방문해 판문점에 갔었는데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지 확인할 수 있었고, 무기와 군인들도 볼 수 있었다.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북한 군인들이 우리를 바라봤다.
문 대통령 :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판문점에서 군인과 무기를 철수하고,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파롤린 국무원장 : 대통령 말씀대로 이제 판문점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 같다. 한반도 남과 북 사이에 띠 같은 것이 있던데.
문 대통령 :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씩 비무장지대를 만들었다. 많은 군인과 무기가 배치되어 있다.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비무장지대에서 병력과 무기, 지뢰를 제거하고 생태평화공원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파롤린 국무원장 : 아주 좋은 계획이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