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배추가 '金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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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송파구 ○○패밀리 레스토랑의 6천5백원짜리 샐러드바의 요즘 주 메뉴는 과일이다.

양상추.양배추 등 각종 야채를 풍성하게 쌓아 두던 그릇에 바나나.오렌지 등 수입 과일만 수북하다.

"2주 전부터 양상추 등을 치웠다"고 지난 20일 매니저는 말했다. "전달에만 해도 양상추가 kg당 1천2백원이었는데 요즘 5백g에 7천~8천원이다. 품질도 엉망이고…."

같은 날 마포의 꽤 유명한 돼지갈비집. 고기 4인분을 시켰는데 함께 나오는 상추가 달랑 여덟장이다. 주인은 "상추값이 많이 올라서요. 더 달라면 드릴게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여름 내 줄기차게 내린 비와 태풍 '매미'의 여파로 채소 인심이 이렇게 사나워졌다. 대학가 하숙집 식탁에서도 채소 보기가 힘들다. 비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배추.양배추.상추 등 엽채류가 특히 그렇다.

채소 도매상 金모(42)씨는 "예년에 비해 상추는 박스에 1만원에서 2만원으로, 무는 한 개 7백~8백원에서 2천원, 애호박은 ㎏당 1천2백원에서 3천원으로 뛰었다"며 "추석 뒤엔 값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런 일은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주부들의 김치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한 TV 홈쇼핑의 김치 판매방송에선 10분 만에 한정 판매분 2천5백세트가 동이 났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수퍼를 하는 安모(38.여)씨는 "5백g 포장 대신 큰 포장(2㎏) 김치를 찾는 주부가 갑자기 늘어 물건을 새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서울 농수산물공사 조사분석팀 김남기 팀장은 "몇몇 품목의 값이 오르긴 했지만 그 보다는 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철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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