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의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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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4일 0시3O분 아파트 노조원이 파업 중인 서울목동1단지 아파트주변.
경찰 순찰차 1대가 경광등을 켠 채 단지입구 길목을 지켜서 있고 경갈관 10여명이 손전등을 환히 켜들고 아파트 건물사이를 헤집으며 특별순찰을 하느라 바쁜 걸음이다.
가정주부 등 주민 10여명도 텅빈 겅비실에 나앉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자체 경비에 나섰다.
『주민의 안전을 볼모로 이래도 되는겁니까』
『카스테레오 수십대를 도난맞게 하고도 어떻게 임금인상이란 말을 할 수 있어요』
「파업중」안내문이 나붙은 경비실에서 경비원대신 야간근무(?)를 하던 한 가정주부가 지원나온 경찰관들에게 코피대접을 하며 노조원들의 파업에 불만을 쏟아낸다.
「저임금으로 살 수 없다」
「울고넘는 임금인상 웃고 근무하는 근로자」
밤하늘 아파트 건물사이에 높게 내걸린 플래카드들이 귀가한 노조원들을 대신해 주민들의 불만에 대답하고 있을 뿐이다.
『경비원의 경우 한달 월급이겨우 18만4천원으로 가족들을 도저히 부양할 수 없읍니다』
이 아파트 경비원 및 실비·영선·전기기사 등 노조원 1백여명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에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며 23일 오후3시 파업을 결의하고 말았다.
주민의 안전을 파업이라는 극한수단에 호소한 노조원과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애써 외면하려는 주민사이에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 온 우리의 전통미덕도 이제는 「파업중」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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