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외국인도 발뺀 약세장 실적 호전株가 '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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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시가 한달여만에 가장 약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경기회복이 더욱 가시화하면서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3월 이후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조정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 말보다 19.21포인트(2.5%) 내린 748.25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달 20일(737.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최근 한달간 지수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됐다.

이 기간 중 6% 안팎 오른 미국 나스닥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는 물론 4% 가량 오른 대만 증시와도 대조적이다.

미.일 증시는 강력한 경기회복 신호에 따라 상승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소비 부진과 비관적인 경기 전망에 발목이 잡혀 상승 탄력을 잃고, 재차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왔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보다 3만2천원 내린 43만원까지 떨어졌고, SK텔레콤.POSCO.현대차 등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이들 종목의 매수에 치중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이들 종목의 매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삼성전자를 1천8백30억원어치 순매도(판 금액-산 금액)한 것을 비롯해 POSCO.국민은행 등 대형우량주를 대거 매도했다.

외국인들은 국내 경기가 3분기 이후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는 있지만 이같은 사실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들은 팔아서 시세차익을 실현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의 회복이 지속되는 한 외국인들이 전면적인 '셀 코리아'로 돌변하지는 않겠지만 반등 장세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매수에 가담하고 있지만 얼마나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소비심리가 5년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고 사상최악의 재산 피해를 초래한 태풍 매미의 경제적 후유증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정 장세는 언제나 선취매의 기회라는 점에서 실적호전 예상주는 계속 시장의 관심권에 머무를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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