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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증거도 없는데 국감 불러···선동열도 답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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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민석
강민석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치 인사이드 - 文 직접 캠프영입한 김성한 정치권 작심비판 

선동열 감독이 국회에 출석한 10일. 김성한(60)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4번타자만 모아다 팀만들면 우승하나 #자기들 인기 노린 대한민국 스타 망신주기 #청탁받았거나 돈받으면 몰라도 뭐 없잖나?" #"팀에는 발빠른 선수, 타격정확한 선수 #멀리치는 선수, 작전잘하는 선수 다 필요" #"선동열도 답답...진작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할일이지, 그 점엔 책임있어" #대선때는 문대통령이 직접 전화걸어 도움요청 #"기왕 돕기로한거 홀딱벗고 도와주자고 나서 #총선출마권유 있었으나 국회의원은 안할 것" #

김성한 전 감독이 2017년 대선당시 올린 사전투표 인증샷. 안도현 시인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김성한 전 감독이 2017년 대선당시 올린 사전투표 인증샷. 안도현 시인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한 해태 타이거즈 전성시대에 ‘감독 김응용, 투수 선동열, 타자 김성한’이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이종범, 이순철 같은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해태 왕조’의 세 주역을 꼽으라면 단연 이들이 아닐까 한다.

2012년 5월26일, '바람의 아들' 이종범 은퇴식에 모인 해태타이거즈의 전설들. 왼쪽부터 왼쪽부터 김성한, 이종범, 선동열, 그리고 오른쪽이 사부격인 김응용. [중앙포트]

2012년 5월26일, '바람의 아들' 이종범 은퇴식에 모인 해태타이거즈의 전설들. 왼쪽부터 왼쪽부터 김성한, 이종범, 선동열, 그리고 오른쪽이 사부격인 김응용. [중앙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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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해외에 나가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네이버로 선 감독의 국회 출석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선 감독의 국감 출석을 어떻게 생각하나.
“선동열이가 청탁을 받은 명백한 통화 사실이 있다던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다든가, 물적 증거가 있다면 당연히 국정감사를 해야 되겠죠. 그런데 지금 네이버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뭐 큰 게 없잖아요? 오늘 뭐 있었어요? 제가 보긴 뭐 없던데? 그걸 갖고 대한민국 스타를 국정감사까지 불러 망신주기식으로 하면 안 되죠. 자기네들 인기를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발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보시는지.
“아, 각 팀 4번 타자만 불러가지고 팀 만들면 다 우승할 거 같죠? 그런다고 우승 안 되거든요. 한 팀을 이끌어가려면 발 빠른 선수, 정확한 타격을 하는 선수, 멀리 치는 선수, 작전 잘하는 선수, 이런 선수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팀이 이뤄지는 겁니다. 저도 2002년에 아시안 게임을 했어요. (당시 코치로 김인식 감독을 도와 우승에 기여) 야구라는 게요. A 선수, B 선수 놓고 성적(타율 등)만 갖고 고르는 게 아니에요.”
선 감독이랑은 여전히 가까우신가.
“아 그라죠. 그런데 선동열 감독도 답답해요. 대응이 미흡했으니 팬들이 아우성이잖습니까. 금메달 따기 전에 탁 자기 소신껏 발언하고, (병역특혜 의혹이)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피력을 해야 됐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선 감독은 국감 출석 전인 10월 4일에야 오지환 선수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했다. 이미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진 뒤였다.

김 전 감독은 작년에 정치권의 맛을 봤다. 사부 격인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과 함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에서 일했다.민주당 중앙선대위 체육지원단장, 호남선대위 본부장, 광주·전북·전남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중책을 맡았다.

2017년 대선정국에서 문재인 후보는 김응용-김성한, 두 해태타이거즈의 전설적 야구인 덕을 톡톡히봤다.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문 후보의 좌우에 선 김성한 전 감독,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문 후보 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씨. [중앙포토]

2017년 대선정국에서 문재인 후보는 김응용-김성한, 두 해태타이거즈의 전설적 야구인 덕을 톡톡히봤다.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문 후보의 좌우에 선 김성한 전 감독,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문 후보 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씨. [중앙포토]

지난해 대선 때는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게 됐나. 김응용 회장의 권유가 있었나.
“김 회장님은 ‘더불어포럼’(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중 하나) 초청을 받은 거고, 저는 별도로 제안을 받았는데…. 저는 지금 나주혁신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우연찮게 한 동네의 주민자치위원장을 했어요. 문 대통령께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2017년 2월께) 나주혁신도시에 오셨고, 제가 주민자치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죠. 문 대통령께서 저를 보고 흠칫 놀라시데요. 얼굴을 알아보셨는지 ‘어떻게 여기 계시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이쪽에 야구 때문에 봉사 나왔다가 어떻게 주민자치위원장까지 하게 됐습니다’라고 했더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고 해서 ‘예 알겠습니다’고 했죠.”

야구 명문 경남고를 나온 문 대통령은 “중학교(경남중)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고 밝힌 매니어다. 선동열 감독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레전드, 고(故) 최동원 선수와 특히 인연이 깊다.

“최동원 선수는 원래 롯데 시절 ’선수노조‘를 하려고 했는데 안 되자,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라도 만들려 하다 삼성으로 쫓겨갔다. 그때 최 선수가 (법률문제를) 상담했던 사람이…저 문재인이다”라고 대중집회에서 비화를 공개한 적도 있다. 그럴 정도니 김성한 전 감독의 얼굴을 쉽게 알아본 것이다.

황금팔끼리 추억의 악수. 1970년~80년대를 풍미한 황금팔 최동원, 80년대부터 90년대를 평정한 선동열이 85년 경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최동원 선수는 지금은 고인이 됐다.[중앙포토]

황금팔끼리 추억의 악수. 1970년~80년대를 풍미한 황금팔 최동원, 80년대부터 90년대를 평정한 선동열이 85년 경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최동원 선수는 지금은 고인이 됐다.[중앙포토]

나주에서 만난 뒤 문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사람을 보내왔나.
“아뇨. 나중에 직접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어정쩡하게 ‘예,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고는 했는데, 하다 보니 기왕에 마음먹은 거, 뒷전에서 있는 거보다 화끈하게 도와주자, 홀딱 벗고 도와주자고 하구서 막 다녔죠. 그런데 끝났죠 뭐, 인자. (웃음)”
2020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는지.
“국회의원이요? 아유, 저는 그런 거 안 해요. 내가 군산 출신이니까, 지난번(2016년)에도 살짝 군산시 쪽에서 제안을 했는데, 거절했어요.”

이미 총선 출마권유는 있었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전국선거가 있으면 수많은 사람이 움직인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새누리당)시절에는 이에리사, 문대성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뱃지를 달게끔 했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순번이 너무 뒤로 밀리자 철회하고 말았다. 천하장사 이만기, 프로 야구 원년 MVP 김유동 씨 등은 여러차례 한국당 계열 정당 후보로 총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반면 아직 스포츠 스타로 민주당 의원을 지낸 사람은 없다.

대선 당시 해태 왕조의 트리오 중 두 명(김응용-김성한)이 문 대통령을 공개지지했는데 나머지 한 명(선동열)을 당시에 가만 놔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 감독한테는 대선 때 정치참여 권유를 안 했는지 물어봤다. 스포츠인답게 그는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했었을 거예요.그런데 선 감독이 안 하겠다고 한 거로 기억합니다. 선 감독은 그런 거 안 할 사람이에요.”

비록 실패했다지만 선 감독에게까지? 정치권의 끌어당기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스포츠와 정치의 거리가 그리 멀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