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농촌경제 살릴 실버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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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멕시코 칸쿤회의에서 한국은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으나 세계적인 대세에 휩싸여 농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수출의존형.대외개방 지향적 경제인 한국으로선 외국 농산물 수입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였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을 의식해 농산물 수입규제를 국내 정책으로 채택해 왔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진입한 한국이 더 이상 농산물 시장 개방 유보를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논리였다.

회의가 결렬됨에 따라 각료회의 초안이 당장 효력을 발생하지는 않게 되었으나 시간 지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소수파인 수입국 측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농업시장의 개방 스케줄은 필연적이다. 만일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선진국은 한국의 공산물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경제 자체의 존립이 문제가 된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농촌경제의 회생은 농업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르면 불가능하며, 농촌의 산업구조를 농산물 생산지역이 아니라 귀향실버산업지역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도시의 실버 계층 60% 이상이 농촌 출신으로 귀향 본능이 강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 노년을 보내려 하나 주택과 농토, 영농지원, 의료시설, 현지 주민의 협조 등이 걱정돼 망설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을 농촌지역의 투자자로 인식해 적극적인 유치정책을 전개하면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고 각종 농촌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농촌지역이 실버산업으로 거듭나게 되면 청.장년기에는 도시에서, 노년에는 농촌에서 인생을 설계하게 되는 순환형 인생 사이클이 형성돼 도시의 인구집중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이학춘 동아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