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보장되면 아이 낳겠다" 6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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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자녀가 없는 성인의 62%는 '정년이 보장된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바라는 정년은 대체로(56%) 60세 이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60%가 60세 이전에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용 안정이 안 되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5~16일 20세 이상 남녀 11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저출산의 원인은 이뿐이 아니었다. 직장과 출산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출산을 포기하겠다는 여성이 많았다. '직장에서 중요한 시기(승진 등)에 출산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40%는 "출산을 미루겠다"고 답했다. 18%는 "출산을 하겠지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7%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자녀를 여럿 둔 가정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자녀가 셋 이상인 집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부럽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35%는 "다복해 보이지만 부럽진 않다"고 답했다. 19%는 "어떻게 키울지 걱정된다"고 평가했다.

노후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연령이 낮고 사무직일수록 조기 은퇴에 대한 걱정이 컸다. 20대의 75%, 30대의 28%, 사무직 종사자의 40%는 49세를 실질적 정년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57%는 80세 이상까지 살 것이라고 답했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적어도 20년 이상을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셈이다.

특히 조사 대상의 53%는 은퇴 시 집을 포함해 5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 77%는 지금보다 경제.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종에 재취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각자의 몫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빈곤층 노인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42%는 '본인 책임'이라고 답했다. 자녀 책임(26%)이란 답은 국가 책임(32%)이란 답보다 적었다.

또 같은 돈으로 더 풍족하게 살기 위해 동남아 등에서 노년을 보내겠다는 답도 16%나 됐다. 노후 주거 형태로 실버타운을 꼽은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일반 아파트(17%)보다 적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실버타운 건설 사업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9%포인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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