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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먹튀' 잡아들인다… 미국·캐나다 등과 범인 인도협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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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라이창싱이 170억원을 들여 지은 7층짜리 건물. 내부에는 술집·호텔방 등 접대 시설을 갖춰 '원스톱 뇌물 서비스'가 가능하다. [사진제공=중국신문사]

거액을 챙겨 해외로 도피한 중국의 경제사범들이 떨고 있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들과 범인 인도협정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건국 이래 최대 밀수사건'을 일으키고 캐나다로 도망간 라이창싱(賴昌星)의 인도 방침이 정해지면서 가속될 전망이다.

◆ 7년 도피 종지부=1999년 4월 중국 관세청에 한 통의 제보가 날아들었다.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위안화(遠華)집단의 라이창싱 사장이 관리들을 매수해 총 500억 위안(약 6조2000억원)어치의 밀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밀수를 눈감아준 당과 군의 고위 간부 16명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라이는 약 170억원을 들여 7층짜리 초호화판 술집을 지어놓고 이들을 구워삶았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나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4개월 뒤 부패 관리는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라이는 8월 캐나다 밴쿠버로 도주했다. 거기서 10억원짜리 저택을 산 뒤 매일 도박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그의 생활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캐나다로 들어가면서 냈던 난민 신청도 지난해 8월 최종 기각됐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그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캐나다 이민국 관계자는 "그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송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형은 안 시키기로=라이를 인도받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01년에 사형은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선진국들이 인권보호를 이유로 사형수에 대한 인도 요청은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지난달 29일 스페인과 범인 인도협정을 맺었으며, 앞으로 유럽 국가와 미국과도 같은 협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한국.남아공.브라질 등 24개국과 범인 인도협정을 맺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양보를 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현재 해외로 도망간 경제사범이 약 800명, 금액으론 7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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