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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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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저임금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이렇다. 노사공익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근로자 생계비,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의결하면,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한다. 결정방식으로서 손색이 없다. 위헌 소지도 없거니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도 잘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꿀 때가 됐다. 좀 더 예측 가능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얼마 전 영세자영업자들이 광화문에 모였다. 단지 8350원 때문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18.8%의 인상률을 보였던 1991년은 물론이고, 12.3%가 올랐던 2007년에도 그들은 거리로 나섰어야 했다. 진짜 이유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최저임금의 결정 방식도,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최저임금은 그리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만약 최저임금이 고용률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그건 필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을 공산이 크다.

그동안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많은 공을 들였겠지만,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난맥상은 국민을 갸우뚱하게 한다. 노든 사든 표결 절차에 일방이 불참하는 건 다반사다. 반장 선거하듯 화이트보드 위에서 결정되는 모습도 씁쓸하거니와 표결 이후 누군 환호하고 누군 참혹해 하는 장면은 허탈하기만 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건 승부를 겨루는 게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나 근로자에겐 생사가 달린 문제다.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한 노사공익위원들 모두가 똘똘 뭉쳐서 그들을 설득해도 될까 말까 하다.

이제는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으니 따르라고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어떤 근거로 그리 결정되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해 주어야 한다. 불만이야 없을 수 없다. 그래도 고개는 끄덕이게 하여야 한다. 현행 방식은 이 대목에서 5% 부족하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뼈대를 전문성과 객관성 그리고 투명성 중심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이유다. 할 수만 있다면 아예 법으로 수학 공식마냥 최저임금 계산 식을 마련해 두면 어떨까 싶기까지 하다. 객관적 통계 수치만 대입하면 최저임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최저임금의 당사자는 노사다. 사회 이념적 성격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노사의 의견을 정해진 범위 내에서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 매년 봄마다 온 나라가 한바탕 소란에 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보수든 진보든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최저임금을 함부로 낮추거나 무리하게 높일까 싶어 불안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다.

상품의 가격은 시장 원리에 따른다. 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 인간의 노동력은 다르다. 시장 원리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요, 입법자의 가치 결단이 바로 최저임금제도이다. 최저임금은 한 나라의 ‘자존심’이요,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최저임금이 사회적 혼란만 야기하는 말썽꾸러기로 치부되는 것만은 결사코 막아야 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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