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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가문인 척한 가짜유족들…4억5000만원 꿀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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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 [연합뉴스]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행세를 한 가짜 독립운동가 가문의 유족들이 지금까지 총 4억5000만원의 보훈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짜 독립운동가 5명의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훈급여 총액은 4억5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장 많은 보훈급여를 받은 인물은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의 유족이다.  김정수씨는 항일조직인 참의부에서 활동한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할아버지 김낙용, 큰아버지 김병식, 아버지 김관보, 사촌동생 김진성까지 모두 독립운동자 서훈을 받은 3대에 걸친 독립운동 가문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실제 항일운동가 김진성과 김정수의 사촌동생이 동명이인점을 이용, 진짜 김진성 일가에 앞서 보훈급여를 가로챘다. 중국에서 활동한 진짜 김진성 선생의 아들인 김세걸씨는 한중수교 이듬해인 1993년 뒤늦게 아버지에 대한 포상 신청을 했으나 이미 가짜 유족들이 15년간 보훈연금을 수령한 뒤였다.

이 일로 1995년 김진성의 서훈이 취소됐고 김세걸씨는 김정수와 그의 3대에 걸친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독립유공자 행세를 해온 것을 밝혀냈다. 특히 김정수는 독립운동가 김정범 선생이 만주에서 김정수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속여 포상을 신청하기도 했다.

김세걸씨는 가짜 독립유공자들의 사진, 공훈록, 수형기록, 지문 기록 등을 확보해 무려 20여 년 동안 보훈처에 가짜 독립유공자 가문의 서훈 취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보훈처는 '검토 중'이라며, '기다려달라'며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처는 주민등록 지문, 필적감정을 비롯한 각종 증빙자료 확인을 통해 올해 광복절에 이들 가짜 독립유공자 4인의 서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중 김정수와 큰아버지 김병식의 유족들은 각각 2015년, 2017년 재심으로 연금이 중단되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보훈급여를 부정하게 받아갔으며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는 아직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다.

김정수의 딸은 독립운동가 김정범 선생의 행세를 해 2015년 마지막 보훈급여를 받았을 당시, 매월 188만2천원을 받기도 했다.

고용진 의원은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 행세를 하며 받아간 수십억 원 상당의 보훈연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면서 "보훈처가 의지를 갖고 독립운동 공훈에 대해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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