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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도 함께... 여자 골프 우승에 '원 팀'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7일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 왼쪽부터 전인지, 유소연, 김인경, 박성현.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7일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 왼쪽부터 전인지, 유소연, 김인경, 박성현.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골프엔 당연한 게 없는데, 우승을 해야 한단 부담이 많이 작용했어요. 장갑 벗을 때까지 골프는 모른다고 하는데, 충고도 들어야겠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진, 우승하는 순간까지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2일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로 나선 유소연(27)이 남긴 말이었다. 앞서 이 대회 1·2회 때 참가했던 유소연은 유독 '부담'이라는 단어를 더 언급했다. LPGA 투어에서의 좋은 성적과 그에 따른 많은 관심 속에 "한국이 국가대항전에서 우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란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했단 의미다. 세계 1위 박성현(25)도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마지막 라운드 경기. 경기에서 우승한 한국 팀 김인경과 전인지가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마지막 라운드 경기. 경기에서 우승한 한국 팀 김인경과 전인지가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부담 속에서 한국 대표로 나선 유소연, 박성현, 김인경(30), 전인지(24)는 더 똘똘 뭉쳤다. 짧은 기간 속에 끈끈하게 다진 팀워크는 결국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우승으로 연결됐다. 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끝난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국은 예선, 결승을 합쳐 승점 15점(7승1무2패)을 확보해 잉글랜드와 미국(이상 승점 11)을 제치고 사상 처음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인경은 "어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주요한 역할을 했다. 1주일동안 이 책임감 강한 선수들과 함께 한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저마다 색깔이 뚜렷한 넷이 한 팀을 이뤄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단체전 경험이 미국,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약점도 있었다. 그러나 넷은 달랐다. 대회 전부터 '원 팀'을 이뤘다. 박성현은 "1주일동안 넷이서 굉장히 즐겁게 보냈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지난달 30일 일본오픈 정상에 올랐던 유소연은 1일 귀국한 뒤 이번 대회에 함께 호흡을 맞춘 나머지 세 선수와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한 턱'을 낸 것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우리 한 번 잘 해보자"면서 선수들은 의기투합했다. 서로 튀지 않고, 오직 팀의 우승을 위해 함께 달렸다.

이번 대회에 '대타'로 출전한 전인지는 "2년 전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때 (함께 했던) 언니들에게 큰 도움이 못 됐던 것 같아 미안했다. 매 샷 할 때마다 나보단 팀 코리아를 위해서, 언니들을 위해서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4전 전승을 기록해 한국이 얻은 승점 15점 중 절반 이상(8점)을 책임졌다. 이 대회 출전이 처음이었던 박성현은 "금요일(5일) 오전에 호주 선수들과 대결할 때 내 몫을 너무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7일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 왼쪽부터 전인지, 유소연, 김인경, 박성현.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7일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 왼쪽부터 전인지, 유소연, 김인경, 박성현.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김인경은 결승 라운드 전날인 6일 경기가 취소된 뒤 팀내 상황을 전했다. 김인경은 "소연이가 연습장에 가자고 해서 성현이도 같이 오게 됐다. 그 자리에서 밥은 소연이가 샀고, 골프공은 성현이 카드로 샀다. 인지는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하고 와서 응원해줬다"고 설명했다. 경기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넷이 함께 잘 어울렸단 의미다. 유소연은 "책임감이 컸다. 같은 팀원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 중에 내가 대표로 나서게 된 만큼, 내 모든 걸 쏟아야 한단 책임감이 컸다. 그래서 기적같은 샷도 더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다음 주가 되면 언니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표했던 우승에 성공하면서 좋은 결말을 만들어낸 한국 여자 골프 4인방은 개개인의 '골프 선수 인생'에서도 큰 의미를 얻은 대회로 기억됐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나라라는 걸 성적으로 증명해 뿌듯했다"던 유소연은 "개인 경기에서도 이번과 같은 마음으로 하면 더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이 없는 전인지는 "올해 성적이 뜻하는대로 안 따라와서 답답한 게 있었다. 이번 경험이 남은 내 골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다른 우승을 만들어내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2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연습라운드에서 한국팀 김인경(왼쪽부터), 전인지, 박성현, 유소연이 홀 공략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2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연습라운드에서 한국팀 김인경(왼쪽부터), 전인지, 박성현, 유소연이 홀 공략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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