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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이동국의 시계는 20세에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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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 4일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이동국.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동국은 올시즌 12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4일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이동국.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동국은 올시즌 12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빈티지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한국나이 마흔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 남자도 그렇다. 1979년생, 국내 프로축구 최고령인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주인공이다.

프로축구 전북, 통산 6번째 우승 #허벅지 둘레 25인치, 체중 80㎏대 #울산전서 페널티킥으로 우승 축포 #최근 10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 #계속 뛰게 만드는 원천은 오남매

전북은 7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32라운드에서 울산과 2-2로 비기면서 23승5무4패(승점 74점)를 기록했다. 전북은 6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2위 경남에 승점 19점 차로 앞서며 통산 6번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동점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동점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은 이날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우승 확정포’를 쐈다. 이동국은 올 시즌 팀 내 최다인 12골을 기록 중이다. 이동국은 2009년부터 488경기에 출전,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김기동이 보유한 K리그 필드플레이어 최다 출전기록(501경기)까지 단 3경기만을 남겨뒀다.

지난 4일 전북 완주군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은 “두 골 먹더라도 세 골을 넣는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펼쳤다. 선수들이 출전 시간에 관계없이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잖은 나이에 뛰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20대 초반에 무릎 인대를 다친 상황에서도 각급 축구대표팀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그 때가 더 힘들었다”면서 “요즘엔 언제 어떻게 조절하면서 뛰어야 할지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이동국.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동국은 올시즌 12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4일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이동국.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동국은 올시즌 12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축구에 데뷔했다. 그는 20년이 흘렀는데도 당시 체중인 80㎏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동국은 “얼마 전에 양복을 맞췄는데 허벅지 둘레가 예전과 같은 25~26인치였다”며 웃었다. 이 정도면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20인치)의 허리보다 굵다.

이동국은 “고교 시절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1시간 걸려 통학했다. 종아리 근육을 다지기 위해 버스에서도 선 채로 발뒤꿈치를 들어 땅에 닿지 않게 버텼다”고 털어놨다.

이동국은 하루에 8~11시간 동안 잠을 깊이 자는 것도 체력 관리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성격이 예민하지 않고 무딘편인 그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오리 백숙이나 부대찌개를 파는 전주의 식당에 가면 어렵지 않게 이동국의 사인을 찾아볼 수 있다. 쉬는 날에는 큰 딸인 테니스 선수 재아(11)와 테니스를 한다. 이동국은 “축구를 할 때 내 특기가 발리슛인데 테니스 선수인 재아의 주특기도 바닥에 튕기지 않은 공을 바로 넘기는 발리”라며 웃었다.

최근 10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

최근 10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

‘오남매 아빠’ 이동국을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그의 아이들이다. 이동국은 “아이들에게 ‘아빠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강희(59) 전북 감독은 “동국이는 불가사의다. 마흔 살인데도 경기 다음 날에 보면 피부가 뽀송뽀송하다”며 “팬들이 ‘이동국 선수가 은퇴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길래 ‘일본의 미우라처럼 51세까지 뛰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전북 현대 베테랑 공격수이동국. 완주=프리랜서오종찬

전북 현대 베테랑 공격수이동국. 완주=프리랜서오종찬

일본 프로축구 요코하마의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51)는 쉰 살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면서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미우라는 2부리그 J2 소속이고, 상징적으로 뛰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동국은 “매 시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경기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는 뛰고 싶지 않다”면서 “올해 전북과 계약이 끝나는데 아직 팀에서 재계약 이야기가 없다. 진로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국과 막내아들 시안이. 이동국은 시안이의 태명 대박이에 빗대 대박이 아빠라 불린다. [이동국 소셜미디어]

이동국과 막내아들 시안이. 이동국은 시안이의 태명 대박이에 빗대 대박이 아빠라 불린다. [이동국 소셜미디어]

집에서 발리슛을 쏘는 이동국의 막내아들 시안(4)이는 “커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최강희 감독은 “먼 훗날 동국이가 전북 감독을 맡고, 대박이(시안이의 태명)가 공격수로 뛰면서 아빠 기록을 깨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먼 훗날 최 감독님이 전북 사장이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농담을 맞받아친 뒤 “시안이는 윗몸일으키기가 잘 안되면 울음을 터트릴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축구 선수를 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

생년월일: 1979년 4월 29일(포항)
체격: 키 1m87㎝, 몸무게 85㎏
가족관계: 아내 이수진(39), 딸 재시·재아(11), 설아·수아(5)
아들 시안(4)
포지션: 공격수
소속팀: 포항(1998~2002, 2005~06),
독일 브레멘(2000~01), 상무(2003~04)
잉글랜드 미들즈브러(2006~08), 성남(2008)
전북(2009~)
K리그 기록: 498경기 214골(올 시즌 12골, 득점 6위)
K리그 우승: 6회(2009·2011·2014·2015·2017·2018)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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