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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판으로 대충해도 대박…이모티콘 작가 범고래의 성공 비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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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모티콘 '대충 하는 답장', '이응이' 시리즈를 만든 김규진 작가

카카오 이모티콘 '대충 하는 답장', '이응이' 시리즈를 만든 김규진 작가

그림판으로 3초 만에 그린 듯한 그림 퀄리티. 바뀌지 않는 그림 위에 '응~ 00야, 노답' 등 무성의한 단답형 말투. 언뜻 보면 낙서 같아 보이는 이 이미지는 카카오에서 누적 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한 히트 이모티콘입니다.

이모티콘 작가 김규진(29·예명 범고래)씨는 지난해 7월 '대충 하는 답장' 이모티콘을 출시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 시비를 걸거나 약 올리고 싶은 순간에 사용할 만한 이모티콘이 없어 제작하게 됐다"며 창작 이유를 밝혔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10대와 20대의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출시 하루 만에 카카오 이모티콘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했고요, 움직이는 버전인 '정성스런 답장', '빡치는 답장' 등의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켰습니다.

실제로 출시된 카카오 '대충 하는 이모티콘'

실제로 출시된 카카오 '대충 하는 이모티콘'

으레 이모티콘 작가는 디자인이나 예술을 전공했을 거라고 추측하기 쉬운데요. 놀랍게도 김씨는 디자인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금융 보험학을 전공하고 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일하던 중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제2의 직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작업 방식 역시 범상치 않습니다. 디자인 초창기에는 그림판에 직접 마우스로 그림을 그렸고요. 이를 포토샵으로 옮겨 수정한 뒤 카카오 양식에 맞춰 제출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했고 김씨는 기획 업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건 일상생활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다가도 이모티콘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게임하던 상대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커뮤니티에서 본 재미있는 말을 적어뒀다가 이모티콘에 적용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씨는 이모티콘 창작 도전을 독려했는데요. "자신의 이야기를 이모티콘에 녹이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를 도전해보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해 인생이 훨씬 재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획: 안나영 기자 ahn.nayoung@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박세희, 백주연, 윤강식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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