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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규모보다 '전력의 질'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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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고서 요지

◆ 변환은 대세다=미국은 세계 전략으로 군사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추진한다. 병력의 신속기동화와 육.해.공군의 유기적 통합작전 능력 배양에 중점을 둔다. 이것은 동맹의 성격과 형태에도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미국은 유동군으로 존재하는 미군에게 기지를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선 미군과 함께 작전하는 보다 강력하고 유연한 동맹을 필요로 한다. 미.중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상존하는 복합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한국이 군사 변환을 추진하는 것이 미.중 갈등에 휘말리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

왼쪽부터 제임스 와이즈콥 주한 미해군사령관,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 이홍구 EAI 이사장, 스테판 서전트 주한미군 부사령관, 박진 한나라당 의원,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김재창 한·미안보 연구회장, 하영선 서울대 교수, 김경원 전 주미대사, 김병기 국방부 한·미동맹팀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에드워드 리드 아시아재단 대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김형수 기자

◆ 냉전동맹은 대안이 아니다=미국에 한반도를 군사 변환의 예외지역으로 인정하고 기존의 냉전적 동맹 체제를 존속시키자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 국가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의 세계적 안보 네트워크에 얼마나 깊숙이 통합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한국이 대규모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전제로 하는 냉전적 동맹체제를 고수하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 지역안보공동체도 허상이다=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다자 안보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다자협력체가 제 기능을 하려면 안보 이익에 관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공통성, 공동체 인식 등이 있어야 한다. 동북아에는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다자 안보협력은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를 보완할 수 있어도 대체하기는 어렵다.

◆ 전면적 변환 후 복합동맹 구축해야=전면적 동맹 변환은 미래 한.미 동맹의 궁극적 목표, 성격, 운영 형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시작하고 조기에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한.미 동맹의 핵심적 임무는 여전히 한반도 방위에 있다.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복합 동맹은 한반도 밖에서의 역할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동맹의 성격을 복합화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한반도 방위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한 동맹인가'에 대한 명확한 전략적 비전이다. 동시에 양국 간 신뢰는 그 출발점이다. EAI의 로드맵은 2015년까지를 전면적 변환의 기간으로, 그 이후를 복합동맹 기간으로 설정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미래 동맹 비전을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

◆ 로드맵 이행을 위한 과제=첫째, 복합 동맹을 위해선 먼저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를 위한 한국의 자체 방위역량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미래 주한미군의 기능 역할 조정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본토, 해외주둔 미군의 한반도 투입을 부른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것의 수용이 반드시 주요 국가 간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셋째, 한국군 재편이다. 한국이 전략적 가치를 높이려면 미군과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에서 다른 우방국이나 동맹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넷째, 미래 작전협력은 직렬형도, 병렬형도 아닌 복합형 협력체제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 평시에는 병렬형의 독자적인 지휘체제를 유지하되 유사시엔 사태의 내용에 따라 병렬형, 한국군 주도 직렬형, 미군 주도 직렬형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국의 자체적 방위 역량 확보나 한.미 관계의 기타 현안들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섯째, 미래 동맹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주둔미군의 규모가 아닌 전력의 질이다. '적정 주둔 규모'보다는 '적정 주둔 전력'으로의 발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토론
유재건 의원 "전략적 유연성은 안보 위한 수단"
박 진 의원 "한.미, 북 다루는 공동전략 필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한.미 동맹의 중요 임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더욱 균형잡힌 관계가 돼 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될 것이다. 당면한 도전 과제는 북한 문제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면 미국도 책임을 다할 의사가 있다. 북한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물론이고 평화체제 논의, 경제 지원 등이 포함될 것이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한.미가 같은 길을 갈 의지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북한을 다루는 공동 전략이 한.미 간에 마련되지 않으면 6자회담과 동맹이 모두 표류하게 된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심의관=한.미 동맹이 현재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지만 과도기적 현상이다. 근본이 흔들린다고 볼 필요는 없다. 향후 한.미 동맹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상호방위조약까지 손대야 할 정도로 폭넓은 범위를 다루게 된다. 장기적으로 이를 추진해 나갈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고 해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최근 현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거부할 게 아니라 안보를 굳건히 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국방개혁 2020의 경우 앞으로 세 번의 대선을 거쳐야 하는데 서로 다른 정부나 대통령 하에서 과연 로드맵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 동맹관에는 작통권 인수 또는 관리문제에서 두 가지 동의하지 못할 전제를 하고 있다. 남북 문제에서 현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의 선의(善意)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의 로드맵을 만들 때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이유가 중대한 이익이 있어서라고 전제하는 시각이 있는데 과연 그런지를 봐야 한다. 또 북한 요인이 좀 더 반영돼야 한다. 핵 무장으로 가는 북한과 붕괴로 가는 북한은 다르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반영돼야 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한.미 동맹의 본질은 군사동맹이다. 탈냉전시대에 한국이 특정 국가와 군사동맹을 맺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버시바우 대사=미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의 역량이 강화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전시 작전권 문제도 역량과 관련된 문제다. 한국군이 자체적 지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향상하는 게 중요하다. 전략적 유연성을 진행시킨다고 해도 한국이 의사와 관계없이 분쟁에 휘말릴 염려는 없다. 세계적 질서 변화에 따라 미국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다른 지역 분쟁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설정한 주한미군의 임무와 의무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승주 전 외교장관=한.미 동맹은 두 나라가 각각의 합리적 논거에 기초해 체결했다. 하지만 동맹이 합리적 논거만으로 유지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잘못된 정책 집행으로 인해 동맹 유지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한.미 동맹 로드맵에서 일본의 역할에 비중을 좀 더 둬야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다자 조치와 안보 협력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박승희.박현영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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