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실적 신기록…고점 논란에도 반도체 고공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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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고점 논란’에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 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늘어난 1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올렸다고 5일 밝혔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 1분기(15조6400억원)에 비해 11% 늘었다. 매출도 역대 최고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 증가한 65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해도 11.1%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역대 최고인 26.9%다.

실적 효자는 역시 반도체였다. 증권가에선 전체 영업이익의 75%인 13조원을 반도체로 벌었다고 본다. 당초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이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D램의 가격 하락, 중국의 추격 등이 이유로 꼽혔다.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하락했지만, 예상을 깨고 D램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경쟁 업체의 3D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늘어나 13% 하락했고,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 상승했다.

여기에 평택 공장에 증설한 신규 공정라인 가동이 시작돼 전체 출하량이 크게 늘자 이익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낸드플래시는 마진이 내려가고 있지만, 가격 하락이 되레 신규 수요 창출로 이어져 출하량 증가율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D램은 평균판매가격만 유지돼도 영업이익이 좋아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이 7000억 원대로, 전 분기(1400억원)보다 5배 상승했을 것으로 본다. 애플이 지난달 ‘아이폰XS’ ‘XS맥스’ ‘XR’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이 늘었고 액정표시장치(LCD) 가격도 반등했기 때문이다. LCD는 그간 중국업체가 저가 공세를 펴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최근 중국업체가 가격 상향 조정에 나서자 전체 가격은 상승세다.

다만 모바일사업부(IM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 원대 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전 분기보다 18% 떨어졌을 거란 분석이다. ‘갤럭시노트9’ 판매 실적이 예상 수준인 500만대를 충족했지만, ‘갤럭시S9’ 등 다른 제품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4분기 전망은 엇갈린다. 실적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에 대한 예상이 갈리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4차 산업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IDC)에 들어가는 서버용 D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실적 고공행진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남 삼성전자 DS사업부 사장은 “4분기까지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D램 가격(고정거래가격)이 3분기 대비 5%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1~2% 낮다.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 단가는 12%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개 6개월~1년 쓸 물량을 미리 주문하기 때문에 아직 지난해 하반기 효과라고 보면 된다”며 “실제 공급이 늘고 있고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데 4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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