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의 방학중 학원수강」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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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상적 교육 왜곡우려>
한지희 <서울 미아4동 135의21>
요즘 날로 치열해지는 입시경쟁과 전반적인 학력저하를 들어 과외허용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문교당국에서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과외허용여부를 결정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하고 있으나 과외허용은 결국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80년대초 혁명적인 상황에서 취해진 과외금지조치가 순수 교육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이 개재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문제와 부작용이 많아 금지된 과외라면 이러한 금지를 풀게되면 과연 과거와 같은 부작용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과외가 허용되면 점차 자리 잡아가는 정상적인 고교교육이 뒤틀어지지 않을지, 또는 여유 있는 사람에게만 과외가 성행함으로써 서민층 자녀는 그만큼 교습기회가 봉쇄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대학등록금이 크게 올라 실력 하나만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기 어려운 판에 과외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대학4년이 「대학7년」으로 연장돼 과외비용부담에 허덕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풍문으로 들리는 바에 의하면 거액고급과외가 벌써부터 성행한다고 한다. 과외가 공개적으로 허용될 경우 서민자녀들이 느끼게 될 상대적인 소외감과 위화감 조성도 한번쯤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음성과외가 더 큰 문제>
이홍석<서울 가락동 281의7>
요즘 재학생들의 학원출입문제가 수험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80년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구호를 걸고 출범한 5 공화국의 사회정화 및 부정부패 척결의 일환으로 취해진 과외금지 조치는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많은 의견들이 거론된 것이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학교교육을 제외한 일체의 과외공부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불법·음성과외가 성행해 적잖은 문제를 야기 시켰다.
교육기회의 확대를 주장하며 과외허용을 요구하는 입장과 교육비의 2중 부담과 일부 부유층 자녀에게만 국한된 특혜라는 이유로 과외금지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재학생의 학원수강은 허용돼야 한다 것이 나의 입장이다.
물론 학원출입을 허용했을 때 야기되는 문제가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전과정에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력의 배출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에의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 외에 학원 등 사설교육기관의 기능과 질을 강화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곁들여 과외학습이 낳을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설학원에 대한 문교당국의 엄격한 행정지도와 통제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교육받을 권리 돌려줘야>
정병선<서울 대조동 188의14>
80년 당시의 7·30과외금지조치는 일대 개혁이 필요한 상황하에서의 정치적 단안이었고 엄청나게 비싼 과외비용의 부담절감과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등의 이유로 어느 정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했던 조치였었다고 기억한다.
이 조치는 학원안정대책과 교육관계법 개정 등의 문제와 맞물러 최근 여러 가지 수정 내지는 폐지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지난해 7월 문교부가 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과외전면금지의 의견은 37.9%에 불과한데 반해 부분허용이나 전면허용을 바라는 의견은 각각 22.4%, 83.7%로 모두 56.1%의 의견이 과외금지조치의 수정이나 폐지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80년 당시의 상황에서는 실력이 부족한 과목의 보충을 위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은 사실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방학기간을 이용해 월2만여원의 수강료를 내고 사설학원에 다니는 것이 불법으로 되어있는 교육현실은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위학생들을 위한 「당근」으로서가 아니라 백년대계인 교육을 위한 교육적 판단에 의해 교육받을 권리를 국민에게 돌러줘야 마땅할 것이다.

<획일적 교육행정의 결과>
백호현<서울 상도1동 364의1>
80년 정부의 「과외금지 및 중·고 재학생의 학원수강금지조치」이후 재학생은 학교수업 외에 어떤 보충교육도 받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방학중 학원수강을 막는다는 것은 우리 나라 교육현실을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행정의 결과다.
80년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는 부유층에 의한 거액과외였지, 일반 서민층자녀들의 학원수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설이 미비해 한 교실에 수백명씩 몰아넣고 강의하는 일부 학원들도 있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 만큼 재학생들이 학교수업 외에 자율적인 보충수업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학생 학원수강 금지 후 학교는 2차적 보충수업부담까지 떠맡아야 했고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있었으며 학력저하문제까지 대두됐었다.
게다가 부족한 학습을 보충할 기회인 방학중에까지 학원수강을 막는 것은 전체 재학생의 학습의지를 막고 지식수준까지 낮추는 것으로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 나라도 교육제도를 전문화·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중 한 방법으로 거액의 과외는 금지시키되 학원교육은 양성화·활성화시켜 2차 교육기관으로 정립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주 주제는 「간통죄의 존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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