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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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제력 향상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서 선진국이라 볼 수는 없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력향상만큼 문화예술이 발전되고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을 골고루 향유할 때만 가능하다.
최근에 지방을 돌면서 지방연극의 실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의 지방연극 상황은 한마디로 살아날 가망이 없는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서울의 연극도 건강한 상태라 볼 수만은 없지만 지방연극의 상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쓰러져 가는 지방연극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연극행위로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박이 전문 연극인의 육성이다.
둘째는 전문연극인들이 그들의. 연극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강당은 있어도 극장은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까지「행사문화」에 치중되어 왔기 때문에 행사위주의 강당은 지어졌지만 공연예술을 위한 양은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길이 막막했다.
셋째는 꾸준한 재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각 지방행정 부서에서 문화예술을 육성할 수 있는 예산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지방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에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물론 중앙행정부에서도 지방 순수공연 예술을 지원할 예산이 편성돼야한다.
영국의 경우 어느 지역이나 연극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런던의 연극수준과 지방 조그만 도시의 연극수준의 차이란 규모에 있어서의 차이일 뿐 내용상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초 각 지역 극장의 예술감독들은 런던에 모여 자기들의 시즌 레퍼토리에 필요한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시즌 계약을 체결한다.
우리도 중앙과 지방의 연극수준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영국의 제도를 검토해 볼만하다. 각 도시에 시립극단을 만들고 시립극장을 통해 전문연극인을 양성해가며 어느 정도 연극수준을 끌어올릴 때까지 중앙연극인을 시즌별로 초청하는 것이다. 지방연극인과 중앙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이 한자리에 서게 된다면 지방연극이 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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