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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정부, 골프장서 1105만원 써” 김동연 “매점서 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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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과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과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약 40분간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심 의원의 ‘행정정보 유출’ 논란을 놓고서다.

업무추진비·정보 공개 국회 충돌 #“정상적 열람” vs “다운로드는 잘못” #심 의원 청와대 업무비 추가 공개 #“낚싯배 사고 등 재난 때 술집서 써” #청와대 “모든 건 정당하게 집행”

심 의원과 기재부는 서로 맞고발한 상태다. 심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자신이 정부 재정분석시스템(OLAP)에 접속하는 시연 영상을 대형 화면에 띄워 놓고 적법한 접속임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조건을 집어넣어 실행 했더니 조건을 다시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왔다”며 “그래서 백스페이스를 눌렀더니 폴더가 나와 들어가 보니 재정집행 실적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 보좌진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며 “접근해서 안 된다는 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부총리도 미리 인쇄해 온 접속 단계별 화면까지 보여주며 반박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말한 백스페이스 접속을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하며 “우연히 거기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마지막 5단계에 ‘감사관실용’이라 써 있는데 다운로드 100만여 건을 받은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견한 경로와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법당국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심 의원이 “클릭만 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뻥 뚫려 있었다. 접속한 걸 가지고 범죄자로 모는 거냐”며 반발하자 김 부총리는 “100만 건 이상의 자료는 빨리 반납해 달라”고 요구했다.

심재철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추가 자료도 공개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가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마지막 참배(2017년 11월 20일) ▶영흥도 낚시어선 전복사고(2017년 12월 3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2018년 1월 26일) ▶포항 마린온 해병대 헬기 추락 순직장병 5명의 영결식(2018년 7월 23일) 때 고급 LP바와 맥줏집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을지훈련 당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곧바로 총무비서관실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 “영흥도 낚시어선 전복사고 날 맥줏집에서 10만9000원을 쓴 건 중국 순방 일정 협의가 늦어져 외부 관계자 등 6명이 저녁식사를 한 것”이라며 “모든 건을 정상적으로 타당하게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외교부·교육부 등 정부 부처 14곳에서 2017년 5월 이후 업무추진비 1105만원을 골프장에서 썼다는 자료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706만원, 외교부 374만원, 법무부 19만원 등이었다. ‘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 따르면 골프장은 업무추진비 사용이 금지된 곳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과기부의 경우 과천에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하는 매점이 있는데 거기에 가서 쓴 것”이라며 “거기(매점)가 골프장 업종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제주도 호텔에서 열린 신시대공동연구워크숍 한국·일본 참석자들의 만찬 비용”이라며 “장소가 호텔이다 보니 카드를 긁었을 때 업종이 골프장이라고 나왔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의 공방이 오가는 동안 국회 본회의장은 고성으로 가득 찼다. 김 부총리가 심 의원에게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계속 말하고 있다”고 표현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불법이라니”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왜 남의 은행 계좌에 들어가냐” “불법 정보 반납하라”고 맞불을 놓으며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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